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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한때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 긴장감과 설렘으로 두근거리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교실 문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마치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담임반 부담임반 모두 스무 명 남짓하는 학생들에 대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한 명 한 명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신경 쓰면서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의 학생을 불러서 설명하고 이해 시켰다. 숙제 검사를 하면서도 일일이 세부 사항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 줘야 직성이 풀렸으며 수업을 하고 있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햇수로 8년이 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경력의 나는 이제 권태기 강사가 되고 말았다. 여전히 이 일은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나는 어느새 '행복'을 잃..
직업이 한국어 강사라고 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의 반 이상은 '어! 외국어 잘 하시겠네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외국어가 없다. 영어로는 배운 가락이 있으니 어설프게나마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영어 잘하는 사람은 차고 넘치니 어디 가서 영어로 말할 수 있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국어 강사들이 모두 나와 비슷한 수준은 아니다. 외국어 전공자가 많은 데다가 어학 강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인지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하나쯤 가지고 있는 강사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 강사가 되려면 꼭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있으면 여러 가지 이..
티스토리 블로그의 관리 메뉴에는 '유입 경로'라는 것과 '유입 키워드'라는 것이 있어서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서 이 곳을 찾아냈는지 살펴 볼 수가 있다. 어느 날 유입 키워드 중에서 이라는 검색어를 발견했다. 뭐, 검색한 사람이야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의 자격 조건을 알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 머릿속으로는 이라는 말로 번역되어서 입력됐다. 한국어 강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말하는 스펙과 더불어 적성에 맞을지 아닐지, (결과적으로) 어떤 자질을 갖추는 것이 좋은지 궁금할 것이다. 또한, 현역 강사라도 자신을 또 주변의 동료 강사들을 보면서 '이래야 하지 않나?' 또는 '저러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나도 그동안 만난 동료들을 중에 배..
"외국인, 한글 실력 뽐내세요.(서울신문 2008-09-03)" "외국어로 된 한글학습 교재 발간(YTN 2009-01-19)" "성남시 이주여성 한글 교육(경향닷컴 2009-08-20)" "거제 삼성重에 외국인들의 한글 배우는 소리(연합뉴스 2009-10-08)" "캄보디아의 한국어 열풍‥(MBC 뉴스데스크 2009-11-22)" -캄보디아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앵커 멘트) 심심하면 한 번씩 이런 뉴스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표기 문자로서 한글을 채택한 일을 계기로 요즘 들어 각종 매체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이라든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 대한 기사들을 더 자주 싣고 있는 것 같다. 한국어 강사로서 이런 기사들을 반가워해야 하는 것이..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떠 올릴 때 사람들은 아마 '외국인을 많이 만난다'는 것을 생각할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워낙 사교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매일 만나는 한국인의 숫자만큼이나 외국인을 만날 것이고 매년 새로 알게 되는 사람은 한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을 것이다. 이미 일상이 돼 버려서 내가 서울 한복판에 살면서 한국인보다 더 많은 외국인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놈의 직업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만큼 사람들을 떠나보내는 직업이다. 會者定離(회자정리).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당연하니 무슨 일을 하든지 만나는 사람들과 언젠가는 헤어지게 될 테니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닐 것이다. 대학 한국어 교육 기관의 정규..
* 이글은 2009년 7월 5일에 싸이월드에 쓴 글입니다.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이 바닥, 한국어 교육계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한국어 강사가 될 수 있는지도 잘 알려진 것이 없지만 한국어 강사가 되면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이며 보수는 얼마나 되고 근로 조건은 어떠한지를 알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한국어 교육계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것은 일터로서의 한국어 교육계는 창문이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같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사는 집들은 ㅁ자 구조로 되어 있고 그 건물에는 창문이 없으며 손바닥만한 문은 보통 닫혀 있다. 즉, 한국어 교육계에서의 취업 활동은 '묻지마 취업'..
**이 글은 2009년 6월 14일 싸이월드 블로그에 쓴 것입니다. 지난 번 글에 '바람'이라는 분이 댓글을 통해 한국어 강사의 전망이라든지 양성과정 등에 대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그래서 이번 블로그에서는 대학원의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전공 과정(이하 '한국어 교육')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이하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한국어 강사 채용 시의 자격 조건 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대학의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한국어 강사를 모집할 때의 지원 자격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더보기 한국어 교육 기관은 대학 교육 기관 외에도 학원, 각 관공서에서의 교육문화센터 등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기관의 숫자로 보나 학생 숫자로 보나 가장 큰 비중을 ..
이 글은 2009년 5월 31일에 싸이월드 블로그에 올려 놓은 글입니다. "우리말 가르치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공부까지 해?" 누군가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해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을 전공하겠다고 할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는 반응 중 하나다. 내 경우는 이런 말까지는 아니어서 주변 친척들은 선생질은 좋지만 청소년을 가르치기 싫어하고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 자체를 좋아하는 나에게 '그러게 선생 되라고 교직과정이수하고 교사임용고시 봐 두라고 할 때 진작 해 두지 이제 와서 뒤늦게 뭐 하는 거냐'는 초점을 못 맞춘 질책(?)을 하거나 '빨리 취직해서 돈 벌지 않고 (여자가) 또 무슨 공부냐'는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우려(?)를 보냈다. 어쨌든, 사람들은 태어..
나는 한국어 강사다. 이 말을, 이 자리에서 하는 건 내게는 마치 커밍아웃과도 같다.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이 남들한테서 손가락질 받는 직업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이 다 주목하고 부러워할 만한 직업이라서도 아니다. 단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곳에 글을 써 대면서 한국어 강사임을 밝히는 것은, 나의 부족한 띄어쓰기 지식과 어휘력 그리고 가끔 또는 종종 맞춤법과 어법에 틀리게 쓰게 되는 문장을 비판의 대상으로 자진납세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감상문을 페이퍼와 블로그에 올리면서 내가 한국어 강사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굳이 이런 메뉴를 만들어 놓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어 강사'인 내가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