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학원이 좋을까요?/나이가 취업에 문제가 될까요?

이번 질문은 이메일로 받은 질문입니다. 교육대학원 면접을 합격하고 어느 학교를 갈지 고민 중이신 분입니다. 거두절미하고 질문의 핵심 부분만 옮깁니다. 특정 학교의 이름은 이니셜 처리했습니다. 제 답변을 읽으시면 학교 이름이 안 중요하다는 걸 아실 겁니다... <질문> 1. (전략) 한국어교육계 종사하시는 분으로서 한국어교육 전공 대학원 중 A학교와 B학교 중 어느 학교가 훨씬 한국어 교육방면(예를 들면 수업의 질)과 취업시 졸업생 배려등에 있어서 도움이 되는 학교인지 개인적인 의견 주시면 정말 감사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학비 저렴하고 교수진도 괜찮은 B대가 좀 더 끌리긴 합니다만....A대의 네임밸류도 무시할 수 없어서.... 2. 어학당에 나이 많은 사람은 취업하기 힘든가요? 그리고 글들을 읽다보니 강사끼리 분위기도 참 예상외로 답답한 부분이 있던 것 같던데... 실제 저처럼 나이 든 사람들이 일하기 힘든 분위기 인지 궁금합니다. (대한민국은 참 나이에 민감한 나라여서 괴롭네요.ㅠㅠ) 눈높이를 낮추어서 다양하게 진로를 그려봐야 할 것 같아서요. ^^

 
  저는 특정 대학원 특정 양성과정을 비교하여 한 곳을 추천하는 일은 피하고 있습니다. 제가 대학원과 양성과정을 여러 군데 수료한 것이 아니라 제가 다닌 곳에 대해서만 알고 있고 학문적으로 깊이가 있는 사람도 아니라서 어느 학교의 어느 교수님에 대해 평가할 만한 입장도 아니라서요.

 그래서 문의하신 것처럼 수업의 질에 대해서 비교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대신 제가 한국어 교육학 대학원의 교과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말씀 드릴게요.

 저는 한국어 교육학과라면 국문학 과목과 언어/외국어교육학 과목이 균형있게 개설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5학기 개설과목을 살펴 보시고 담당 교수님들이 어떤 분들인지 확인해 보세요.

  너무 국문과 교수님들만 계시지는 않은지(국문과 교수님이라고 해도 사회언어학 측면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에 대해 연구하시는 등 연구 자체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쪽으로 오랫동안 이루어졌다면 더 좋겠죠.) 실제로 한국어 교육을 해 보신 분이 있는지,  너무 실용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오히려 국문학 수업이 약하지는 않은지 등을 확인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학과 소개에 나와 있는 교수님들 외에도 수업을 맡아 하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분들이 어떤 분들인지도 확인해 보시고요. 
 
 어떤 분들은 교수님들의 정치력(?^^ 학회를 비롯한 한국어 교육학계에서의)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 역시 본인이 대학원 과정에서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에 따라 중요도가 다르겠죠.
그 리고 실습 수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아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생들이 알아서 실습처를 알아 봐야 하는 곳도 있고 어떤 학교는 그 학교에 있는 한국어교육 기관에 가서 한 달 정도 참관을 하고 오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취업 시에 배려...라고 하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은데요,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취업을 '알선'(넓은 의미에서라도)해 주는 대학원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학원으로 취업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고 공채 공고가 나면 공문이 오는 정도...겠죠. 간혹 교수님들의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방 혹은 해외에서 석사 수료생이나 석사 과정생 중 6개월 내지 1년 단기의 파견 의뢰가 올 수는 있지만 그런 경우는 '취업'이라는 의미보다는 말 그대로 대학원생들이 가서 경험을 쌓는 기회...정도일 겁니다.

   대학원이 할 수 있는 또는 하는 가장 적극적인 취업 배려는 해당 학교 부속 한국어교육기관에 취업할 때, 그 대학원 출신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대학원과 한국어교육기관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어느 학교는 두 곳이 전혀 별개로 돌아가고 있어서 딱히 그 학교 대학원 출신이라고 해서 그 학교 부속 한국어학당에 취직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할 수도 없고, 어느 학교는 지나치게 연계가 되어 있어서 다른 학교 출신들은 구색 맞추기 식으로나 한두 명 채용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이 관계는 교수들의 이동, 보직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때도 있으니 현재 두 학교가 어떤 상황인지, 교수 상황과 관계 없이 일반적으로 어떤 관계인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나이에 대한 질문이었죠?

  현실적으로 말씀 드리면, 다른 직장과 상황이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요즘의 경제상황이 어떻고 이런 면이 아니라 일반적, 20대보다 3,40대가 새로 취직하는 것이 어려운 정도 그 정도요. 한국어 가르치는 일에 나이가 왜 중요하냐..싶으실 거예요.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한국어 교육계에서 나이가 좀 있는 지원자를 덜 선호하는 이유를 말씀 드릴게요.

미국에서의 영어 교육 기관이나 자기 나라에서 자기 언어를 외국어로 가르치는  다른 교육 기관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국내 한국어 교육 기관은 '자기 기관 스타일'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이에요. 따라서 다른 곳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경험자와 신입 지원자가 있을 때 '당연히 경력자'는 아니라는 거죠. 어떨 때는 아무 경험도 없는 신입이 자기들의 색깔을 입히기에는 훨씬 수월하니까요. 채용 당시 기관의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느 기관이든 '경력자 환영'의 분위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경력자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이 외에도 몇 가지 있고 경력자라고 재취업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님의 경우, 경력자는 아니시지만 사회 경험이 있으시고 연륜이 있으시기 때문에 사회 생활도 없고 학교만 다니다가 온 지원자들에 비해서 이 부분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겠죠.
 
또, 웬만큼 시스템을 갖춘 한국어 교육 기관이라면 신입 강사가 들어오면 길든 짧든 교육을 시킬 거고, 신입 강사가 배정된 급(보통은 초급)의 급 책임 선생님(급주임 또는 코디네이터라는 직책)이 직간접적으로 신입 강사의 실무 훈련을 맡아 할 거고요.(6개월~1년 정도) 전체적으로도 신입 강사가 '막내'라서 하는 잡일이 있는 학교도 있고요. 그런데 한국 문화에서 생각했을 때, 신입이 급주임보다 나이가 많으면 아무래도 급주임도 부담스러운 면이 있죠. 실수도 지적해야 하고 잘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말해야 하고 잡다한 업무들을 맡겨야 하니까요.

  제가 처음 일했던 대학 부속 한국어교육 기관에 채용됐을 때 제 나이가 우리 나이로 30이었는데, 같이 채용된 동기들도 20대 후반에서 30초반이었어요. 신입 오리엔테이션을 할 때 슈퍼바이저가 반 협박의 말투로 나이 많다고, 좋은 학교 나왔다고 선배들 무시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급주임 위치에 있는 선배들이 저희 또래가 많았고, '한국어 교육학'의 메이저급 학교에서 학위를 받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하극상이라도 있을까 봐 걱정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나이를 이유로 말리고 싶지는 않아요. 위에서 말한 부분들은 기관의 노파심이고 실제로는 나이가 있어도 신입 시절 잘 보내시고 잘 융화되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질문하신 나이가 많으면 어울리기 어렵냐는 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강사들이 다 젊기만 한 게 아니거든요. 제가 일하는 기관에서도 경력이 20년 이상 되신 50대 이상의 선생님들도 여러 분 계시고요.

  물론, 이건 결과론적인 이야기니까, 기관이 나이가 많은 지원자를 뽑느냐가 관건이겠죠. 그런데 이 부분은 자기소개서나 면접 시에 충분히 어필하시고 시강에서 실력을 보여 주셔서 월등한 지원자가 된다면 해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면접 시에 나이가 많다고 무게 잡는 스타일이 아니라 뭐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배울 자세가 되어 있음을 보여 주면 됩니다.

  학교 선택에 있어서 큰 도움은 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렇지만, 제가 학교를 비교할 깜냥도 안 되거니와 된다 하더라도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섣불리 말씀 드리지는 못하는 부분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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