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초급 학생에게 가르칠 첫 번째 종결 어미 본문
읽어 주세요!! - 부탁의 말씀(각각의 글을 읽기에 앞서 )
사실, 이 주제는 현시점에서는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최근 몇 년간 출간된 한국어 초급 교재의 많은 수가 격식체 종결 어미인 '합쇼체'보다는 비격식체 종결 어미인 '해요체'를 먼저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롭게 나온 교재뿐만 아니라 기존 교재를 리뉴얼 하여 출간하는 경우에도 합쇼체를 먼저 가르치던 기존의 순서를 해요체 우선으로 바꾸는 경우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 주제를 꺼내는 이유는 학습 순서를 결정할 때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볼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한국어의 종결 어미를 학습한다는 말은, 동사, 형용사의 기본형이 다양한 어미와 결합할 때의 활용형을 처음 배운다는 의미다. 동사와 형용사 단어의 기본형 모양 그대로 문장 속에 사용하지 않는 개념을 이해 시키는 것은 이 글에서는 차치하기로 하자. 그 부분은 합쇼체를 배우든, 해요체를 배우든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합쇼체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과 해요체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의 이유를 화용적인 부분과 형태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해 보자.
합쇼체 즉, '-(스)ㅂ니다'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은 화용적으로는 학습자들이 비격식체보다 격식체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경직된 사고방식으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상황과 상대에 맞게 자유자재로 언어를 구사하기 어려운 초급 학습자가 실례를 범할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격식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한 형태적으로 볼 때도 '-(스)ㅂ니다'가 '-아/어요'보다 학습의 부담이 덜하다. 어간이 받침으로 끝나면 '습니다'를 붙이면 되고 어간에 받침이 없으면 'ㅂ' 받침을 붙이면 된다. 불규칙도 'ㄹ' 탈락만 제시하면 된다.
해요체 학습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은 그래도 실제로 학습자는 합쇼체보다는 해요체를 많이 접할 것이라는 점을 중요하게 여긴다. 일상생활 속에서 해요체의 문장을 더 빈번하게 들을 것이고, 해요체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상황에 더 자주 놓일 것이기 때문이다. 형태적으로 볼 때 '-아/어요'의 활용을 학습하는 것이 더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활용으로는 어려운 것도 맞다. 그러나 '-아/어-' 활용은 초급 교육 과정에 포함된 다른 문법의 활용형태이기도 하다.[('-아/어서', 과거형 어미인 '-았/었-' 등) 즉, '-아/어-' 활용은 초급 과정에서 어쨌든 학습되어야 한다. 반면에 격식체의 '-(스)ㅂ-'은 고유하게 격식체에서만 그 활용형을 볼 수 있다. '-아/어요'는 한번 배우면 활용도가 더 높다는 의미이다. 1
개인적으로 나는 해요체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고 앞서 말했듯이 요즘에는 이런 생각을 말하는 게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교재들이 해요체를 먼저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해요체를 먼저 가르쳐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라, 학습 순서를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다.
합쇼체와 해요체 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단지, 관습적으로 그렇게 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표현의 실생활에서의 사용 빈도나 기능의 활용도(또는 필요도) 학습자의 배경 지식(기 학습 요소)과 앞으로 배울 학습 요소 등을 고려해 봐야 한다. 2
그리고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가변적이다. 예전 교재들 중에는 합쇼체를 먼저 가르치는 책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해요체를 먼저 가르치는 교재가 많은 건, 한국어 교육계의 생각이 달라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지만 한국어 모어 화자들의 언어 생활이 전과 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즉, 모어 화자들의 언어 환경이 달라지거나 학습자들이 노출되는 언어 환경이 달라진다면 해당 표현의 필요도 역시 달라질 것이다.
물론 한국어 강사들은 일하고 있는 기관의 진도표나 기관에서 선택한 교재의 순서를 따라 가르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순서를 그냥 따라가는 것보다 왜 그렇게 배치되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전체적인 교육 과정과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그런 사고 방식을 갖게 되면 개별 수업을 계획할 때에도 교재의 의도와 방향을 파악하고 더 효과적인 수업 운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직접 교육 과정을 설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도 어떤 교재의 학습 순서나 기관의 교육 과정을 그냥 넘기지 말고 분석하고 의도를 파악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제시된 학습 순서나 교재 구성에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의문이 합리적인지 타당한지를 생각해 보자.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무엇을 먼저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자기 나름의 기준과 원칙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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