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단순한 설명, 눈에 보이는 설명 '-아/어/여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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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어 수업을 시작했을 때 부딪친 첫 번째 난관은 해요체 종결어미인 '-아요/어요/여요'였다.
지난번 포스팅에서도(초급 학생에게 가르칠 첫 번째 종결 어미) 썼듯이 '-아요/어요/여요'는 한국어 학습자가 접하는 첫 종결어미이자 활용형이다. 의미와 기능의 측면에서도 왜 '빵을 먹다'가 아니라 '빵을 먹어요'라고 말해야 하는지를 어떻게 이해 시켜야 하는지 고민이지만 형태 학습도 넘어야 할 산이다. 1
이번 포스팅에서는 '-아요/어요/여요'의 의미 설명보다는 형태 수업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학습자의 제한적인 한국어 범위 안에서는 설명하기 어려운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하는지를 얘기하고 특히 초급 수업에서 학습 내용을 도식화(시각화)하고 학습 내용 또는 설명 자체를 단순화해서 가르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싶다.
어미 활용에는 규칙이 존재한다. 한국어의 경우 그 규칙이 꽤 명확하다. 물론 다양한 불규칙 활용이 존재하지만 어떤 단어가 언제 불규칙 활용을 하는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으로 한국어 강사 입장에서 '-아요/어요/여요'를 볼 때 자신이 어느 단어가 각각의 어미와 활용이 되는지, 그 규칙을 명시적으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놀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문법서에서 규칙을 찾아보기보다 직접 규칙을 정리해 보기를 추천한다. 물론 문법서를 보는 게 더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지만 한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의 관점으로 처음 어미 활용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직접 규칙을 찾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한국어를 학습자의 입장에서, 낯설게 보는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설명을 어떻게 할지 정리가 되기도 한다. 문법서는 그 후에 확인을 위해 보면 된다.
형태 규칙 등 공부를 마쳤으면 교실에서의 설명을 고민할 차례다. 나는 초급에서 형태 규칙 설명은 도식화하는(시각화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도식화해서 형태 규칙을 설명하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이다. 보통, 단어와 어미가 결합하는 과정을 마치 수식처럼 판서를 하는데(오른쪽 참고) 모의/시범 강의 영상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해요체 수업을 좋아하는데, 대충 보면 가짓수도 많고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은 수학 공식 같이 딱 떨어져서 그 공식만 이해하면 전혀 복잡하지 않고 초급 학습자도 '어려울 거야'라는 색안경만 벗으면 금방 원리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어미 활용이 그렇지만 그 첫 번째라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거의 되지 않는 초급 초반의 학습자에게 가르치는 문법이라는 점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그럼 설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결합 형태도 '-아/어/여요'로 세 가지나 되고 각각에 여러 축약형이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용언의 기본형을 어간과 어미로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복잡하고 어려워 보일수록 교사가 단순화해서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화라는 것이 그 내용 자체를 단순화해서 알아야 할 것을 뭉뚱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층위를 만들거나 범주화하고 번호를 매겨서 학생들이 이해하고 정리하기 쉽도록 돕는 것이다. 초급 학습자에게는 목표어로 수업을 듣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고 스트레스이므로 공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숫자나 기호, 색깔 펜 등으로 구분짓고 묶어 줘야 한다. 굳이 덧붙이자면, 교사의 설명은 간단명료해야 한다.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지만 특히 목표 언어로 초급 단계의 언어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는 과도한 군더더기 설명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아요/어요/여요'도 결합 형태가 세 가지이므로 각각에 ①, ②, ③ 번호를 매기고 설명도 세 번으로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 (물론 칠판은 여러번 지웠다가 새로 써야 한다.)
그럼 '-아요' 설명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보자. 학습자들이 기본형과 어미와의 결합을 처음 경험한다는 것을 생각할 때, 나는 어떤 단어들이 '-아요'와 결합하는지는 귀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즉, '-아요'와 결합하는 다양한 형태의 단어를 위의 '작다'의 예처럼 보여주고 마무리 단계에서 정리해 주는 방식이다.
예시를 보이기 전에는 설명부터 해도 학습자들에게는 와닿지 않는다. 일단 어디에 있는 'ㅏ'와 'ㅗ'를 말하는 것인지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작다' 및) 각 단어의 결합 과정을 보여줄 때 어간의 마지막 음절에 있는 모음을 확인한다는 것, 그 모음이 'ㅏ'이기 때문에(또는 'ㅗ'이기 때문에) 문법 표제의 '아요/어요/여요' 셋 중에 '아요'와 결합한다는 것을 반복해서 시각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마무리로 2[① (어간 마지막 음절에) ㅏ,ㅗ 있어요. '-아요' 만나요.]라고 정리해 주는 것이다.
귀납적 설명은 '-어요'와 결합하는 단어의 속성을 설명하는 것을 더 용이하게 해 준다. 'ㅏ'와 'ㅗ'를 제외한 '나머지 모음'이라는 걸 초급 수준에서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먹다, 마시다, 주다 등의 단어를 예시로 보여 주는 동안 각각의 마지막 음절 모음을 가리키며 [(①번과 다르게) ㅏ 아니요, ㅗ 아니요 '-어요' 만나요]를 반복하면 마무리로 정리할 때쯤 학생들은 두 번째 케이스는 'ㅏ'와 'ㅗ'가 아닌 나머지 모음이 마지막 음절에 있는 단어를 위한 결합 형태라는 걸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ㅏ 없어요, ㅗ 없어요 그러면 -어요 만나요'만으로 정리하는 것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3
그런데 이런 설명이 가능하려면 기본형에서 '-다'는 빼고 어간만 생각한다는 걸 이해 시켜야 한다. 자, 질문을 해 보자. 그럼 과연 이걸 위해서 학습자들은 '어간'이라는 개념과 '-다'라는 어미에 대해 알아야 할까? 또 어간의 마지막 음절 모음을 확인해야 하니 음절 개념, 최소한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영어 단어로라도 제시해야 할까?
이런 부분도 모두 시각화(판서)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위의 그림처럼 판서를 시작할 때 '작다'를 쓰고 어간과 '다' 사이에 선을 긋는다. 그리고 '다'를 기준으로 그 앞의 음절의 모음을 살핀다는 것을 화살표와 색깔 펜 등으로 표시한다. 그리고 두 번째 줄로 넘어 갈 때 '다'는 버리고 어간만 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요'의 경우는 하다 용언과 결합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학생들에게 문법의 표제로 '-여요'를 같이 제시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학생들이 ①, ②를 거치면서 어려운 설명을 받아 들였는데 여기에 '하다'+'여요' → '하여요' → '해요'가 된다는 것까지 굳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여요'를 제시하지 않고 그냥 '하다' → '해요'로 제시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렇게 제시하는 경우 ①, ②를 거치면서 생긴 학습 부담이 다소 완화되는 효과가 있어서 학생들의 긴장도 잠시 풀 수 있다. 하지만 표제로 '-여요'가 같이 제시가 되어 있다면 설명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하여요'가 왜 '해요'로 축약되는지까지 설명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남은 문제는 불규칙 용언이다. 한국어를 배운 지 2~3주밖에 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모든 불규칙을 다 설명해야 할까? 그럼 어느 것을 설명할지 어떻게 결정할까? 이것은 해당 교육 과정에서 기 학습된 용언 어휘에 달렸다. 만일 기 학습 어휘가 동사뿐이고 '쓰다', '듣다'가 포함되어 있다면 '써요', '들어요'만, 여기에 춥다, 덥다 등 형용사도 배웠다면 '추워요'까지 확장될 것이다. 이보다 많은 불규칙이 존재하지만 아직 그에 해당하는 어휘를 하나도 배우지 않았는데 가르치는 건, 학습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부담감을 높이며 비효율적이다. 또 이 단계에서는 불규칙의 이유나 결합 과정을 꼭 설명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상황에 따라 좀 다를 수는 있지만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결과만 알고 암기하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긴 제시/설명 단계를 계속 강의식으로 설명만 해서는 안 된다. '아요' 설명 이후에 '아요' 형태 연습을, '어요' 설명 이후에는 또 '어요' 형태 연습을 진행하는 것이 좋다. 학습한 내용을 잊지 않도록 바로 연습한다는 의미가 가장 크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분절이 어떤 의미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학습 내용의 단순화]를 이루는 것 같다.
'-아/어/여요'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삼키고 힘겹게 소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요'라는 작은 덩어리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씹게 하고, 다음에 또 '-어요'라는 작은 덩어리를 넣어 주는 것이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섭취한 양은 동일하지만 소화불량에 걸릴 가능성은 후자가 더 작지 않은가.
또한, ①,②,③ 각각의 결합 형태를 설명할 때 교사말은 동일한 문장 패턴을 반복하고 같은 표현을 고정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작다'의 결합을 판서와 함께 설명할 때
'ㅏ' 있어요. '아요' 만나요. (작다 + 아요)
'다' 없어요. (작 + 아요)
작, 아요 같이 '작아요' (작아요)
라고 했다면, '먹다'의 결합을 판서와 함께 설명할 때
'ㅏ' 없어요, 'ㅗ' 없어요. '아요' 아니요, '어요' 만나요. (먹다 + 어요)
'다' 없어요. (먹+어요)
먹, 어요 같이 '먹어요' (먹어요)
처럼 동일한 패턴으로 설명하면 설명이 반복될수록 강사의 발화를 듣는 부담은 사라지기 때문에 학습자는 학습 요소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아요/어요/여요' 수업은 사실 초급 수업의 샘플로 많이 공개되는 수업이라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이걸 다루고 싶었던 이유는,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이유나 이 방식의 좋은 점, 또 어떤 사고/고민의 과정을 거쳐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주관적이고 직관적인 수업 일지' 테마로 포스팅하는 글들은 대부분 그런 의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하는 판서 샘플을 올려 볼 생각을 했다가 접었다. 자신만의 시각화와 판서, 그리고 설명과 정리를 위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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