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한국어 학습자는 증가했는데, 왜 취업은 힘든가요?(1) 본문
**각주와 그림이 많습니다.
한류가 성장하고 한류의 경제적 가치가 급등한 지난 10여년 간 미디어에서는 한류의 인기와 더불어 (또는 그 인기에 힘입어) 한국어 학습자가 증가했다는 이야기를 잊어버릴 만하면 한 번씩 꺼냈다. 그리고 그 말은 거짓은 아니다. 한국어 학습자는 확실히 증가했고 외국어 학습의 세계에서 한국어의 위상이 해가 다르게 달라진다는 것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관계자들이라면 실감하고 있을 거다.
종종 이 블로그 댓글이나 개인적으로 질문해 오는 경우에, '그래도, 학생 수가 늘고 있으니 일자리도 많아지고 한국어의 위상이 높아지면 강사 처우도 좋아지겠죠?'라는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사실, 우리가 중고등학교 때 배운 수요 공급의 원리로 보면,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어야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최근 한국어 강사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면 취업이 어렵다는 글이 꽤 많다. 특히 경력이 없는 신입 강사의 경우에는 지원조차 어려운 곳도 많다고 한다.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으니 일반적인 기업의 취업률과 비교해서 심한 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취직이 어렵다는 것은 기정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이면에는 실질적인 일자리가 적은 상황, 처우가 안 좋은 곳을 제하고 나면 일할 곳이 별로 없는 현실, 많은 일자리들이 단기 채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구직자가 많은 현실 등이 뒤섞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 어떤 상황이 펼쳐져 있든 취업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대체, 학생 수가 늘었는데 왜 취업은 어려울까?
이 포스팅에서는 실질적인 일자리가 적은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한 마디로 한국어 강사 공급의 증가 추세가 한국어 학습자 증가 추세와 맞먹기 때문이다. 1
우측의 표는 국립국어원 한국어 교원 사이트의 자료실에 공개된 「한국어교원자격증 발급 현황.pdf」파일의 자료를 이용해 매년 교원 자격증 소지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계산한 표이다. 처음 몇 해는 시행 초기이고,-첫 해 합격자가 800명이면 다음 해에 400명만 합격해도 누계의 증가율은 50%가 된다.- 그 시점까지 한국어를 가르쳐 오던 경력 강사들에게(2005년 7월 이전 800시간 이상) 별도의 시험 없이 3급을 발행했기 때문에 증가율이 40%~70% 정도로 높을 수밖에 없다. 2014년부터는 합격자 숫자가 매년 4000명을 상회하여 2021년에는 8천명이 넘었다. 승급을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 숫자는 정확한 교원자격 소지자의 숫자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다. 하지만 2011~2021년 사이의 1급 승급자는 3,061명으로 2006~2016년 사이의 2급 합격자인 19,811명의 16%정도밖에 되지 않고 3급에서 2급으로 승급하는 비율도 그정도로 본다면 증감 추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 3
물론,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수요(학습자 수)에 비해 얼마나 많은지는 이 자체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
왼쪽은 한국어 학습자의 증가 추세를 살펴 보기 위해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표이다.(D4비자 소지자 숫자는 블로그 <Korea Inspector>에서 법무부 자료 인용한 것을 참고, TOPIK 응시자 수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의 뉴스레터> 자료 참고, 국내 유학생 수는 법무부 사이트의 <출입국 통계 자료> 참고) 전 세계 한국어 학습자의 증감을 알 수 있는 통계자료가 있다면 더 정확한 비교가 가능했겠지만, 현실적으로 찾기 어려워 D4비자 소지자(국내 대학 기관 어학당 학습자 수), TOPIK 응시자 수(정확한 학습자 수는 아니지만 응시자 수의 증가율이 학습자 수 증가율과 비례할 것이라는 가정 하에), 유학생 수(정확히 한국어 학습자 수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2-3년 추세 확인을 위해)를 통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물론, 한국어 학습자들이 모두 TOPIK 응시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고, 최근 증가하는 한국어 학습자는 취미 목적인 경우가 많아 TOPIK 시험을 안 보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추측을 해 본다면 전세계 학습자의 숫자는 TOPIK 응시자 수의 증가율보다 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면 한국에 와야만 했던 과거에 비해 현지에서 배울 수 있는 방법도 더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국내 D4비자 소지자의 증감이 전체 한국어 학습자 수의 증감을 대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해외에서는 교원 자격증 소지자가 아니더라도 한국어 강의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한다면 아쉬운 대로 위의 통계를 바탕으로 생각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위의 자료들을 깊이 분석해 볼 필요도 없이 한눈에도 학습자가 증가하는 만큼 또는 그 이상 교원 자격증 소지자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3년 사이의 어학연수생은 2만 명~2만5천 명 사이에서 소폭으로 증감을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 그 기간은 한국어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기간으로 즉, 경제적으로 봤을 때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물론 해당 기간에는 이미 그 이전부터 한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던 사람들이 자격증 발급을 받은 경우도 많을 테니 실질적인 강사의 증가는 그 정도는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자리와 자격증 발급의 수요-공급 곡선은 균형이 맞는 상태였다고 말할 수는 없다. 4
모 한국어 강사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글에 첨부된 엑셀 파일에 2021년 현재, 전국 각 대학 한국어 교육 기관의 한국어 강사 인원이 나오는데 총 3,013명이다. 바꿔 말하면 2021년 이후로 대학 기관에서 어학 연수를 하는 한국어 학습자의 숫자가 크게 변동이 없는 한, 대학 기관의 일자리 수는 3천여 자리 안팎이라는 것이다. 5 그러나 위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 교원 자격증 소지자는 66,000여 명, 이 중에 승급으로 인한 허수를 대략적으로 계산해서 뺀다고 해도 6만여 명을 웃돈다. 즉, 대학 기관 일자리의 스무 배의 자격증 소지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대학 기관 외 일자리는 얼마나 될까? 전 세계의 한국어 강사 일자리까지 다 계산하면 과연 5만여 개 이상이 될까? 6
해외 대학에서 한국학과가 개설된 곳은 2020년 현재 107개국 1,395곳이라고 한다. 물론 한국학과가 개설되지 않아도 한국어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아질 것이다. 또한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인 <쉼표, 마침표>에 따르면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나라는 현재 30여개국으로 13만 명이 넘는 학생들이 초중고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19년 현재 세종학당은 180개소가 있다. 이 외에도 크고 작은 일자리들이 있을 테지만 현지 거주자/체류자를 채용하는 곳을 포함한다 해도 7 과연 일자리는 얼마나 될 것인가? 8
이번에는 교원자격증 급별 합격자 수를 살펴 보자. 오른 쪽 표는 첫 번째 표와 마찬가지로 국립국어원 한국어 교원 사이트의 자료실에 공개된 「한국어교원자격증 발급 현황.pdf」파일의 자료를 참고한 것이다. 2급 합격자의 숫자를 보자. 2020년부터는 7천 명을 넘어섰고 전체 6만여 명 중 5만명을 차지하고 있다. 3급 소지자 1만2천 명 중에 20%가 승급을 했다고 하더라도 승급이 아니라, 일반 취득으로 2급을 취득한 사람이 4만7천여 명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취업 시장에서 3급 자격증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2급 취득자 중 석사와 학사의 비율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석사 학위를 받은 경우도 상당수일 것이다. 2급 소지자들은 단순히 '2급'이라는 조건에서만 우위인 것이 아니라 '한국어 교육' 전공자라는 조건까지 갖추고 있는 것이고 그중 상당수가 석사 학위 소지자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일자리가 지원자보다 적은 현 상황에서는, 3급과 2급 사이에는 <법정 기관 경력 3년 1,200시간 수업>보다 큰 벽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2급 소지자가 취업이 쉽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6만여 명 중에 2급 소지자가 5만 명인데 2급 소지가 그렇게 큰 메리트가 되겠는가.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만일 3급 자격증 취득을 준비 중이거나 3급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라면 아마 이 글에 마음이 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객관적인 지표들이 어떠한지는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왜 내가 취업이 되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한 가지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일단 내가 갖춘 조건의 경쟁력이 어떠한가를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지금 다시 2급 취득을 위해 대학원에 진학하라는 것은 아니다. 그걸 보완할 수 있는 다른 경쟁력을 갖추도록 고민해 보자. 외국어 능력을 쌓는 것도 방법이고 한국어 수업 봉사활동 등을 통해 경력을 보완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만일 아직 3급을 취득할지 한국어교육 전공 대학원에 진학할지 고민 중이라면 우선 내가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내 생계를 위한 본업으로 삼을 건지, 본업 외에 투잡으로 삼을 사이드잡으로 삼을지, 나의 개인 경제가 좋은 편이라 본업이라도 벌이가 좀 적어도 상관없다는 입장인지를 먼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3급과 대학원 진학을 고민할 때 자격증 취득까지의 시간, 돈, 에너지를 생각하는데, 그것도 중요하지만 취득까지 소요되는 시간, 돈, 에너지의 가치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경제 상황이나 자아 실현에서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의 위상이 어떤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취업할 곳의 범위를 정할 수 있고, 그곳의 채용 조건을 고려해 몇 급을 취득할지, 어떤 자격을 갖출지를 생각하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9
물론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현재의 한국어 교원 자격증 발급 수를 늘리는 방향은 딜레마적인 상황일 것이다. 자격증 발급을 많이 하면 할수록 취업의 경쟁률은 높아질 텐데 그렇다고 자격증 발급 수를 낮추게 된다면 그건 취득 난이도를 높이고 취득 가능성을 낮추는 것이므로 자신에게도 어려운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상황은 애초에 한국어 교육계의 채용 현실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또는 무시하고) 자격증 발급 정책을 세운 탓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3급만 취득하면 만사 OK'라는 광고로 사람들을 호도해 수강생을 모은 한국어 교원 자격 관련 교육 기관들이 큰 역할을 했고. 지나간 잘못을 얘기해 봤자 소용은 없지만.
결론은, 한국어 학습자 증가에 못지 않게 자격증 소지자, 더 넓게는 한국어 강의 구직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상황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다. '자격증이 있어도 취업이 잘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으로 퍼지게 된다면 자격증 심사 신청자 수가 줄게 될 수도 있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일어날 일은 아닌 것 같다. 한국어 교육 전공도 계속 더 많이 개설 될 테고. 여기에 만일 한류의 인기가 한풀 꺾인다면 학습자 수도 감소세에 들어설 거고. 따라서, 업계의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기를 계속 원한다면 스스로 어떤 경쟁력을 갖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공은 개인에게 넘어 가기 마련이니까. 10
**취업이 왜 힘든가 2편은, 질 좋은 일자리의 부재에 대해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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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넘어선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유보적인 입장으로 글을 쓰겠다 [본문으로]
- 원본 파일에는 매년 합격자 수가 기입되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매년 합격자 수의 누계(당해 전체 교원자격증 소지자 수)를 '교원 자격증 소지자' 열에 기입했고, 누계와 매년 합격자 수를 이용해 해마다 교원자격증 소지자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계산했다. 참고로 2006년이 교원자격증 발급 첫해이다. [본문으로]
- 원자료에 보면 경력으로 인한 자격증 취득 숫자가 총 4,964명인데 승급한 경우와 시행령 이전 경력 시수가 800시간 이상으로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가 이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승급으로 인한 허수는 4,964명보다 적다 [본문으로]
- <e-나라지표 유학생 현황 자료(링크)> 참고. 학위 유학생과 어학연수생을 더한 숫자로 통계 자료가 나와 있어서, 그 숫자에서 학위 유학생 수를 임의로 제한 추산 [본문으로]
- 게시글 자체가 책 홍보라서 오해의 소지가 있겠지만..스크롤을 쭉 내리면 첨부 엑셀파일이 나온다 [본문으로]
- 두 군데 이상에서 강의를 하는 강사들도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실제 대학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강사의 수는 이보다 적을 것이다. [본문으로]
- <한국 국제문화교류진흥원 블로그(링크) 참고 [본문으로]
- 초중고교는 현지 학교 교사 채용 규정에(우리나라로 치면 교원임용고시 같은) 따르는 곳이 많을 테고, 취업 비자 발급을 해 주지 못하는/안 하는 일자리들은 비자 소지자를 선호한다. [본문으로]
- 사실 한국어교육 전공 석사 진학은 '학문'보다 '취업'에 의미를 더 두는 경우도 많다. 대학원에서의 공부 내용이 그렇게 가볍다는 게 아니라, 워낙 대학 기관의 채용 조건이 석사 이상이다 보니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본문으로]
- 한류의 인기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브릿팝이나 J-pop, 홍콩 영화가 그랬듯이 유행은 지나간다. 어학 과목으로서의 한국어는 한류에 절대적으로 기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J-pop이나 홍콩영화의 시대와 달리 인터넷과 OTT 서비스가 한류 열풍을 더 길게 끌고 갈 것으로 기대되지만 언젠가는 끝날 것이고, 그때 한국이 세계에 정치 경제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로 자리매김 하지 않는 한 한국어의 인기도 줄어들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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