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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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어 강사다

#with_yskli_teachers

간새다리 2022. 5.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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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연세대 한국어학당 노조의 인스타그램에서 사용하고 있는 해시태그를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나는 말하자면 키보드 워리어다.

이름도 얼굴도 어느 기관에서 일하는지도 심지어 양성과정이든 출신 학교든 어떤 것도 밝히지 않고, 나에 대한 비밀을 유지하며 블로그를 쓰고 있는 겁이 많은 키보드 워리어.

근무 기관 내에서 문제 제기를 많이 하는 편에 속하지만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도 눈치 봐 가며 하는 적당히 타협하는 비겁한 존재이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수업을 하는 그곳에서 투쟁하고 있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나의 상사 격인 누군가가 연대 한국어 강사들의 쟁의에 대해 말한다. 말투에서 묻어난다. 우리 기관에 어떤 영향이라도 미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는 것이.

 누군가는, 숙제 검사와 상담, 시험문제 출제와 채점 그리고 수업을 위한 회의는 '수업 담당'의 계약을 하면서 당연히 포함되는 업무 아니냐고 말한다. 그래, 내가 어떤 수업을 맡게 될 때 나도 '딱 수업 시간만' 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업 준비부터 성적처리까지 머릿속에 대략적으로 계산이 된다.

 현재 일하는 기관에서 처음 일하게 됐을 때, 신입 강사 오리엔테이션 때 받은 강사 규칙 같은 것이 있었다. 꽤 많은 조항이 있었는데, 다른 건 기억이 나지 않고 고리타분한 복장 규정과 함께, 나의 업무에는 회의 참석과 이것저것(자세한 표현이 기억 나지 않는다)이 포함되어 있다고 명시해 놓은 문장이 있었던 것이 기억 난다. 당연히 수업을 하면 준비, 숙제 검사, 학생 관리, 시험 채점 등등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업무를 해야 하는 것은 새삼스럽지는 않았지만 왠지 그렇게 명시해 놓은 것이 스스로 '시간 당 강의료가 많지 않다'는 인식이 있어서 미리 방패막이를 만든 인상이었다. 니가 받는 시급에 이거 다 포함되어 있으니 딴말 하지 말라는 거지.

 그런데, 업무를 요구할 때는 '당신이 그 수업을 맡았으니 수반되는 업무는 당연하다'라고 하지만 노동 시간을 계산할 때는 그 업무 시간은 빼 놓는다. 즉,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범위의 최대 시수인) 주당 14시간 수업을 하는 동안 수업 외 업무로 쓰게 되는 +@의 시간은 당연히 써야 하는 시간이되, 노동 시간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시간인 거다. 

수업 외 노동에 대해 기관(학교) 측은 항상 아전인수 격의 해석과 논리를 들이댄다.

 당연히 강사가 해야 하는 업무라고 생각한다면 마땅히 그에 대해 보수를 지급해야 한다. 이미 시간 당 강의료에 포함이 되어 있다고 주장하려면 강의료가 그에 합당한 금액이라는 노사 양측의 인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단 연세대뿐만 아니라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 강사 중에 자신의 근무 기관의 시간 당 강의료가 수업과 수업 외 업무 모두에 대한 보수로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각주:1]

 그러나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쉽게 단체 행동을 하지 못하는 내가 부끄럽고 현실이 슬프고 또 그만큼 연세대 한국어 강사들의 결심과 마음이 크게 느껴진다.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일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어떤 면에서 노조 활동과 단체 활동을 하기가 어려운 곳인지.

  국제한국어교육자 협회 카페에 대학 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지부장이 쓴 글에, '우리들이 고립되지 않도록'이라는 문구가 있었다.

  나는 비겁하고 이기적이라 나를 밝히지 않은 채 키보드만 두드린다. 우리 기관의 계약서에도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한번씩 건드리기만 할 뿐 본격적인 단체 행동도 조직하지 못한다. 대신, 연세대 한국어 학당 선생님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내 블로그 한 구석에 이렇게 글을 남긴다.

  이 어려운 싸움에서 꼭 이기기를, 그리고 다치지 말기를 랜선으로라도 연결된 응원이 의지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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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월급 100만 원에 한국어 가르치니..(하략)>기사에 따르면 연세대 한국어학당 강사들의 시간 당 강의료는 2만5천8백 원~3만5천2백 원이다. 이삼십 년을 한국어 강사로 경력을 쌓아도 3만5천2백 원이 최고액이며 여기에 50분의 수업과 그 50분 수업을 위한/수업에 대한 모든 업무의 보수가 포함되어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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