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뭐가 됐든 시작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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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블로그를 닫을 생각으로 로그인을 했다가 방문자가 꾸준히 있는 것을 보고 놀라 닫지 못하고 또 내버려 두길 여러번 반복했다.
이 블로그는 나에게 어릴 때 살던 오래된 고향집 같은 느낌이다. 생활 터전이 먼 도시라서 거주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족들의 손때가 묻고 추억이 많이 담긴 곳을 팔지도 못하고 누군가에게 임대하자니 손 볼 곳이 너무 많은, 현실적인 가치는 그저그렇지만 나에게는 소중한 고향집.
그래서 닫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관리하지도 못한 채 10여년째 열어 두고 있다.
왜 더 이상 쓰지 않냐는 질문에 쉽고 단편적으로 대답한다면 이제 그럴 에너지가 없어서라고 대답할 수 있다. 좀 더 친절히 대답한다면, 더 이상은 내가 이전에 썼던 그런 글을 쓸 자격 또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미 이 직업에 종사한 지 17,8년이나 된 고인물이다. 현실적으로 확실히 뭔가를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건 아니지만 문제가 가득한 곳에서 20년 가까이 지내다 보니 촉수가 무뎌진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에 후배 강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기관을 그만 두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일할 기회를 주었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그만 두게 되어 미안하다고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강사를 기계 부품 쯤으로 여기는 기관에 뭘 미안해하나 싶어 속상해하다가 문득 후배 강사들이 더 나은 대우를 받으며 일하지 못한 것에 나는 선배로서 이제는 일말의 책임을 느껴야 하는 위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부끄러웠다. 나는 이제 그런 위치, 중견, 고인물인 것이다. 그래서 10여년 전의 나처럼 '아, 씨, 이 바닥 왜 이래요?'라고 할 수 없다. 그건 뭔가, 이제는, 책임을 유기하는 일처럼 느껴진다.
게다가 그 사이 한국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기관이 매우 다양해졌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곳이 너무 많을 뿐 아니라 나는 대학 어학기관 그것도 국내에서 그 규모와 시스템이 가장 안정적인 몇 군데 중 한 곳에서 일한다. 즉,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너무 한정적이다.
그래서 더 이상 쓰지 않는다, 써지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10여 년 전의 글만 남아 있는 블로그를 계속 열어 두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일단 뭐든 써 보기로 했다.
그게 뭐가 될지, 오래된 글들처럼 환영 받을지는 잘 모르겠다.
뭐가 됐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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