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특별 프로그램은 정규 수업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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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2010년 10월에 포스팅 했다가 비공개로 변경해 놓았던 글입니다. 요즘 블로그를 다시 들여다 보면서 비공개로 돌렸던 글들을 다시 공개하고 있습니다. 오래된 글이라 현재 상황에 맞지 않는 것도 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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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여러 개의 특별 프로그램을 경험하게 되면서 한 가지 공통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문제점이라고 하니까 좀 거창하니,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해 두자.
내가 맡은 특별 프로그램은 거의 해마다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같은 기관에서 비슷한 시기에 의뢰하는 수업이라는 말이다. 그것도 한두 해 해 온 것도 아니고 최소한 5년 이상 계속 의뢰 받은 프로그램들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해당 프로그램만의 교과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겠다.
물론, 전년도에 사용한 시험 문제라든지 간단한 연습지 등의 자료는 컴퓨터 파일로 저장되어 있고 참고할 수 있다. 또한 각 프로그램마다 매해 진도표를 만들어서 해당 진도에 맞추어 수업을 진행한다. 따라서 내가 지적하고 있는 '해당 프로그램만의 교과과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냥 책 한 권 달랑 가지고 아무렇게나 수업을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내가 의아해하는 것은, '왜 정규 수업의 교과과정과 교안을 그대로 가져다가 쓰는가'하는 것이다. 정규 수업의 교과과정과 그에 맞춘 교안은, 말 그대로 정규 수업 즉, 10주동안 하루에 4시간, 일주일에 5일 수업을 하고 그 동안 책 한 권(한 급)을 끝내는 집중 과정에 맞춘 교안이다. 따라서 정규 수업의 교안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것은 그저 '정규 수업 과정 중 몇 주를 맛보기로 경험하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특별 프로그램은 각 프로그램마다 수업 기간이나 시간도 다르고 따라서 학생들의 연수 목적과 요구도 다르다.
이번 여름에 내가 맡은 수업도, 한국에서 1년간 일할 영어권 화자들을 대상으로 한 6주 집중 수업, 방학 또는 휴가를 맞아 3주간 한국 문화 체험도 하고 한국어도 배우려고 온 아시아 어느 국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단기 수업, 본국에서 특정 목적으로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에서 연수가 끝나면 고국으로 돌아가 구술 시험을 봐야 하는 특정 직업군 학습자를 위한 수업으로 정규 수업 학습자와도 각 프로그램의 학습자들과도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른 프로그램들이었다.
각 프로그램을 위한 교재를 따로따로 제작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의뢰받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해마다 찾아오는 학습자의 수준이 다르기도 하고 학습자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실력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확히 수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리 교재를 만드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같은 교재를 사용하더라도 해당 문법이나 기능을 위한 연습은 학습자의 요구와 수업 기간에 맞게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정규반의 교안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수정하여 그 프로그램을 위한 교안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규반과 똑같은 교안으로 수업을 진행하다 보니 때로는 해당 학습자들에게는 의미도 없고 동기부여도 안 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수업이 끝나고 난 후에는 수업 진행이 잘 안 된 것을 학생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1또한, 교재만으로 충족시킬 수 없는 학습자의 요구나 필요 부분은 부교재와 교재 외 교과과정을 통해 보충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내가 맡은 프로그램들의 예년 책임 강사들이 부교재나 교재 외 수업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올해의 내 경험으로 보면, 어떤 구축된 자료 은행을 통해 보충 교재 수업을 진행한 것이 아니라 때마다 급조해 사용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해마다 같은 수준의 학습자가 오는 것이 아니라서 같은 특별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해마다 다른 급의 수업을 해야 하기도 해서 물론, 그 프로그램만을 위한 교재를 만들어 놓거나 매해 같은 부교재를 사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해마다 문제 은행식으로 자료 은행을 만들어 놓고 교안도 수정해 놓으면 이듬해에는 그 자료를 그대로 또는 조금만 변형해서 사용하면 되고 필요하면 새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몇 해를 거듭하면 해가 갈수록 새로 만드는 수고는 줄어들 텐데 말이다.
어쩌면 이것은 대학 한국어 교육 기관이 지나치게 정규 프로그램 중심적인 사고를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숫자가 지금보다 훨씬 적은 시절에는 한국에서 한국어를 배우려고 하는 학습자의 대부분이 '한국어 학습'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은 '어학연수생'이었다. 따라서 한 학기 10주, 주 20시간의 집중 과정이 가장 적합했고 그외의 과정은 개설한다 해도 찾는 학생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오랫동안, 교재를 만들 때도 교과 과정을 설계할 때도 집중 과정의 정규 프로그램을 염두에 두었고 현재도 정규 과정이 가장 중요한 프로그램이다. 물론, 시장경제 논리로 보면 고객의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으니 가장 집중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그러나 덜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그 프로그램만의 특성을 살린 교과과정과 교안을 준비하고 그에 맞춰서 수업을 하는 것이 학습자에 대한 의무가 아닐까.
내가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부 유학생을 위한 한국어 수업의 경우에는 16주 동안(중간/기말 기간 2주를 제외하면 14주) 하루에 한 시간씩 일주일에 4일 정도 수업을 하고 학생 수도 정규반의 두 배에 달한다. 그런데 그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 주임 선생님은 그 수업도 정규 과정의 교안 대로 진행하기를 바란다. 그럴 경우 일주일 동안 학생들이 배울 수 있는 양은 정규반의 하루치에 불과하고 한 학기 동안에는 정규반의 3주, 많아야 4주치의 수업만 진행될 것이다. 즉, 해당 급의 교재를 반도 채 못 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배정된 수업 시간이 정규반의 30%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권을 끝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정규반의 교안대로 가르치면서 똑같은 속도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도 학습자 입장에서 결코 타당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주임 강사를 비롯한 윗분들은 정규과정의 교안을 마치 '경전'이라도 되는 양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해 고칠 수 없다고 여기기 때문에 또는 괜한 일할 거리를 만들지 않으려고 모든 프로그램에서 정규 과정의 진도와 교안을 사용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이건 내가 일하는 기관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것을 한국어 교육계의 문제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어학 연수생(유학을 최종목적으로 하든 아니든)이 한국어 학습자의 대부분이던 과거와 달리 학습자의 종류가 다양해지는 요즘 정규과정의 교안으로 여러 특별 프로그램과 단기 과정을 가르치려는 방법은 학습자들로부터 외면 받기 딱 좋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2
어학 연수생의 급격한 감소가 한국어 교육계의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지금, 다양한 과정의 개발이 각 기관의 등록생 감소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학생의 특성에 맞게 수업을 변형하지 않은 강사/교과 책임자의 안일함은 생각하지 않고 모든 것을 학생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안일한 자세 아닌가.모든 학생에게 다 맞출 수는 없지만 적어도 각 프로그램에 맞는 교과과정 설계와 교안 작성은 강사의 의무가 아닌가. [본문으로]
- 비싼 수업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이주 노동자는 차치한다 하더라도, 서울에는 결혼 이주 여성(그 중 일부에 국한되겠지만), 어학 강사를 비롯한 직장인, 유학생 등 다양한 거주 외국인이 존재하고 그들 중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정규 과정 수업을 부담스러워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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