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나의 한국어 강사 취업기 본문

나는 한국어 강사다

나의 한국어 강사 취업기

간새다리 2021. 12. 3. 19:16
320x100

*이 글은 2009년 10월 18일에 썼다가 나중에 비공개로 전환했던 글입니다. 갈수록 전형 방식도 더 까다로워져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고 지금은 저보다 뛰어난 노하우를 가진 분들도 많아 쑥스러워서 비공개로 전환했는데 다시 공개해 봅니다. 12년 전이라는 걸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공유는 링크로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전문 복사해 옮기시면 커뮤니티 운영진에게 삭제 요청하겠습니다.


글에 공감하신다면 아래 공감 버튼도 꾸~욱 눌러 주세요.
댓글은 가능하면 '공개'로!




 사실, 이 블로그의 네 번째 글은 시기가 시기이니 만큼 '비정규직'에 대해서 쓰려고 했다. 그런데 지난 게시물에서 시스템에 대한 불평을 늘어 놓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건 좀 자제를 하고 좀 도움이 될 만한 글을 쓰기로 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번 글의 제목은 '나의 한국어 강사 취업기'이다.

  많은 한국어 강사들은 근무하고 있는 기관을 옮기는 일을 꺼리는 편이다. 한국어 강사 뿐 아니라 많은 직장인들이 직장을 옮기는 일을 그리 쉽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우' 시간 강사인데다가 근무 연수에 따른 보상이 큰 것도 아닌 한국어 강사들이 학교를 쉽게 옮기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더보기
 일단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도 대우나 급여 면에서 경력 인정이 되지 않고 뿐만 아니라 아예 대놓고 '아무 것도 모르는 무경력자' 취급을 하며 무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경력 5년 이상된 신입 강사에게도 '당신이 뭘 알겠냐'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봤다. 경력 강사라는 명칭으로 강사를 모집하는 곳은 지금까지 서강대학교밖에 못 봤다.- 또한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의 조건이 안 좋고 마음에 안 들기는 하지만 다른 곳이라고 해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뭐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게다가 이 바닥이 워낙에 좁고 말이 많은 곳이라서 어딘가에 원서를 냈다가 합격 여부와 상관 없이 현재 직장에 알려지지 않을까 겁을 내는 경우도 많다. 또한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면서도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그래도 일하던 곳이 편하다는 생각도 제쳐 둘 수는 없다.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사설 학원에서 대학 기관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나 외국기관에 채용되는 기회가 아니라면 굳이 직장일 옮길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나는 여간해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는 못된 버릇과 한푼이라도 아쉽다는 헝그리 정신, 그리고 멈출 수 없는 일욕심, 안주하는 것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으로 뭉쳐 있어서인지 늘 더 나은 근무 조건을 찾아 헤매고 남들보다 많이 시도하는 편이다. 좀 자랑하자면 성공률도 나쁘지 않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이 자리에 내가 생각하는 노하우를 좀 소개하려고 한다. 물론, 벌써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많은 지원자들이 다 알고 있는 내용도 맞는지 자신 없어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자신감을 고취시킨다는 의미라도 있지 않을까?

 이력서 작성과 자기소개서 작성 부분은 현재(2021년) 취준 중인 분들이 훨씬 뛰어난 노하우를 가지고 있을 테니 접어 둡니다 꼭 읽고 싶은 분들은 '더보기'를 누르면 됩니다.

더보기

 

▷ 이력서 작성

   이력서 쓰는 법이야 다른 직장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학력은 고등학교부터 최종학력까지 쓰는 것이 당연하고 경력 사항이 있으면 쓰면 되고. 특히, 다른 분야의 직장 경력의 경우 쓸지 말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안 쓰는 것보다 쓰는 것이 낫다.

 한국어 강사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이력의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을 만난다. 또한 어떤 특정 지식을 전수하는 직업이 아니라 '언어'를 가르치는 직업이라는 것은 그런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일단 당신이 당신의 어학 강사로서의 능력을 다른 경력, 학력, 논문, 시강, 자기소개서를 통해 입증할 수 있다면, 당신의 한국어 교육 밖에서의 경력은 장점이 되거나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참고 사항이 될지언정 단점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내 의견이다.

 특히 국제적인 활동 경험이라든지 특별한 언어능력(외국어 능력은 물론 중요 기재사항이지만 이것은 그걸 의미하는 것이 아님. 예를 들어 글쓰기 실력이 좋아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든지 웅변이나 동화 구연 등의 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든지 하는 것) 등은 어느 정도 매력이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는 인문/어문/언어 교육과는 전혀 관계없는 학문의 복수 전공을 한 학부 시절이 내 이력에 마이너스가 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력은 한국어 교육 대학원 입시 때도 플러스였고 취직할 때도 면접관이 흥미있어 하는 부분이었고 지금 일하는 곳에서도 '어쩌면 조금 색다른 프로그램의 수업을 맡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는 부분이다.

 그것을 알게 된 후에는 이력서의 기타 사항에 어학 능력 시험-유효한 기간이 지난 것도 기재한다. 물론, 허위 기재를 막기 위해 취득 년도와 같이-과 함께 자신있게 다룰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워드 프로그램 같은 것 말고 이미지 제작 도구, 홈페이지 저작 도구, 영상 편집 도구 등) 명도 같이 기재하게 되었다.

 

▷ 자기소개서 작성

  기본적으로 나는 솔직하게 쓰되, 사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왜곡하라는 말은 아님- 그리고 자신있게 쓰는 것이 자기 소개서를 쓰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아는 사람 중에서 대학 졸업 후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어 대학원에 진학하고 한국어 강사가 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다른 분야에 있었다는 사실은 자기 소개서에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굳이 쓸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내가 그 사람이라면 나는 그 경력에 대해 지면을 할애할 것 같다. 그 사람의 경력은 한국어 교육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유리하게 쓸 수 있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쓸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진 것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원에서는 한국어 교육을 전공했지만 학부 전공이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라서 걱정이라면 그것이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음을 강조하고 당신이 이것저것 직업을 바꾼 적이 있다면 그렇게 방황한 끝에 찾은 것이 이 직업이며 전에 했던 일들이 당신의 경험을 풍부하게 해 줘서 언어 강사로서 다양한 학생들과 만나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있게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언어 강사 생활을 해 보니 세상 경험이 많고 다양한 관심사를 갖는 것이 학생들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신이 지금까지 해 온, 한국어 교육과 관계 없는 모든 것들이 발상을 달리 하면 한국어 강사로서의 장점으로 부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소개서를 쓰면 된다.

 모든 것은 당신의 포장 능력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거짓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한국어 강사로서 자질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라는 말이다. 같은 사실도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한국어 교육 능력 외에도 어학 능력이라든지 언어 감각, 새로운 문화에 대한 열린 자세, 언어 강사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그외의 특기나 취미 활동-예를 들어서 나는 미디어 쪽에 관심이 많고 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단순 사용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 등도 쓰라고 권하고 싶다.

시강

  한국어 강사 용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결정적인 단계가 바로 시강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강사를 뽑는 데에 있어서 시범 수업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않은가.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면 시강 일정과 내용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받을 것이다. 보통 시강해야 할 목표 문법을 정해 주는데 내 경험으로는 이 목표 문법은 시강에 참여하는 지원자 모두가 공통된 것을 받았다. 한 개가 주어지는 경우도 있고 두 개 이상이 주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복수의 목표 문법을 제시하는 경우에는, 학교에 따라 다르지만, 그 중 하나를 골라서 준비하라고 하기도 하고 당일 지정하는 문법으로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기도 한다. 목표 문법은 보통 1급 문법인 경우가 많고-적어도 그 학교의 과정상 1급인 경우- 강사들이 일반적으로 가르치기 어려워하는 문법인 경우가 많다. 즉, 실수를 많이 할 수 있고 면접관이 까다로운 질문을 많이 할 수 있는 문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으로 교안과 학생용 교재 또는 연습지까지 만들어서 제출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런 요구 사항이 없기도 하다. 나는 아무런 요구 사항이 없을 때도 교안과 학생용 교재를 만들어서 제출한다.

 

ⅰ 공부하기

 자, 어쨌든 목표 문법이 주어졌다. 그러면 이제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당연하게도 목표 문법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다. 일단 목표 문법이 가지고 있는 기능이나 의미를 모두 알아 봐야 한다.

 가령, '-아/어서'가 목표 문법으로 제시 되었다고 해 보자. 단순히 '이유'라고만 생각하면 안 된다. '학교에 가서 공부했어요.'의 '가서'는 이유가 아니지 않은가. 물론 '-아/어서'처럼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의미를 가지고 있는 문법의 경우 제시될 때부터 시강해야 할 것이 그 중에 어떤 것인지 명시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라고 하더라도 시강을 준비하는 지원자는 그 외의 기능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야 만일의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다.

 목표 문법을 공부하고 조사한다는 것은 단지 의미와 기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법과 유사한 다른 문법과의 차이점, 제약 등을 모두 살펴 보는 것을 말한다.

  그 다음에 나는 시강할 수업의 교실 상황을 설정한다. 먼저 몇 급으로 상정하고 수업을 진행할 것인지 정하고, 급이 정해졌으면 해당 급의 초반, 중반, 후반 어느 부분인지를 결정한다. 내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면접관이 아니라 내가 시범 수업을 통제하기 위해서다.

 시강을 지켜 보는 사람들의 눈에는 당신이 아주 뛰어나지 않는 한 당신의 장점보다는 단점, 허점이 더 잘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제시된 목표 문법의 수업에서 강사가 저지를 수 있는 실수를 아주 잘 알고 있어서 어려운 문법을 시강 과제로 내놓고 당신이 덫에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사람들 앞에서 시험을 보면서 덫에 걸리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은 내가 수업을 통제하는 것이다.

 A 문법을 가지고 시강을 한다면 그 문법의 난이도를 고려해서 적당한 학습 단계(1,2,3급/ 초반 중반 후반 등)라고 결정한 후에 학생들이 그 문법의 다른 의미를 배운 적이 있는지 없는지 결정하고 그 문법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다른 문법을 배웠는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교안 앞부분에 이런 사항들을 명시한다. 참고로, 학습 단계상 무리가 없다면, 해당 문법의 다른 의미든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다른 문법이든 아직 안 배웠다고 설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이렇게 해 두면 학생 역할을 하면서 앉아 있는 면접관들이 '선생님, A하고 (전에 배운) B하고 같아요?'라고 질문하거나 '그럼, (전에 배운) A하고 어떻게 달라요?'라고 질문할 수 없다. 제시되는 문법은 보통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운 것들이라서 차라리 질문의 가능성을 막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면접관들은 나를 약았다고 생각하겠지만 동시에 한국어 교육 문법에서 A와 B를 구별하여 가르치는 것이 아주 까다로운 일임을 잘 알고 있고 해당 문법과 실제 수업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사람으로 인정할 것이다.

 

ⅱ 수업 설계+교안

 그리고 그 다음에는 실제 어떻게 수업을 할 것인지 하나 하나 설계해 간다. 도입-설명-연습-활동-마무리의 단계에 맞춰서 구체적인 수업 상황을 상상해 가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 좋다. 어떤 단어를 쓸 것인지 무엇을 예로 들어 설명할 것인지 연습은 어떻게 할 것인지 연습의 단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각 단계에서 어떤 연습을 할 것인지 등등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어떤 곳에서는 연습단계까지 수업을 준비하라고 했는데 나는 마무리까지 모두 교안을 만들고 교재를 만들어 갔다. 일단, 준비 단계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수업 전체를 설계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 많은 것을 보여 주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단계에서 함께 교안을 쓰면서 동시에 수업에서 사용할 교구, 교재를 만든다. 각자 성격에 따라서 대강의 설계를 끝내고 교안을 쓰고 교재를 만들 수도 있고 교재를 만들고 교안을 만들 수도 있다.    

  교안을 쓸 때도 구체적으로 쓰는 것이 좋다. 당신이 그 문법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전부 쓴다고 생각해야 한다. 당신과 면접관이 보는 교안이지만 동료들이 수업을 하는 가이드라인으로 그 교안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형태에 따라 달라지는 활용(언제 '-아서'이고 언제 '-어서'인지 불규칙 활용에는 무엇이 있는지) 설명 시의 주의 사항, 학생들에게 제시해야 하는 제약, 도입이나 설명 단계에서의 교사말 등을 모두 쓰는 것이 좋다. 면접관도 알고 당신도 알고 있어서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안 쓰고 시강 중에도 언급하지 않으면 질문으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교안은 당신이 얼마나 수업을 잘 설계했는지만이 아니라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도 보여 줄 수 있는 수단이다. 10분-15분 정도의 시강에서 충분히 표현할 수 없는 부분까지 당신은 알고 있고 신경 쓰고 있음을 보여 주는 기회인것이다.

 

ⅲ 교구와 교재 만들기

 수업 설계도 했고 교안도 만들었으면 이제 교구와 교재를 만들어야 한다. 설계 단계와 교안 작성 단계에서 이미 어떤 교구를 사용할 것이고 어떤 교재(연습지)를 만들 것인지는 생각을 해 두었을 거다. 구체적인 연습 방법에 대한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하고 조심할 사항을 말하자면 초반에 설정한 수업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다. 1급 초반의 수업으로 설정해 놓고 사용할 단어 카드나 연습문제, 교재 본문 등에는 더 높은 수준의 문법이나 단어를 사용한다면 많이 고민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시강 당일에도 주의해야 할 사항이다. 1급 초반의 수업을 하고 있는 강사가 복잡한 구조의 문장, 어려운 어휘를 사용한다면 수업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다.

 교재와 연습지를 만들 때는 다양한 기존 교재를 많이 보고 참고하는 것이 좋지만 베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면접관들은 참고한 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것을 만들어서 보여 주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 수업에서도 여러 가지 그림, 실물 등을 이용해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적절한 그림이나 준비물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자, 이제 교재도 완성됐다면 여러 번의 연습을 해 본다. 시강을 할 때는 당신의 언어 습관, 판서 습관과 몸짓이 모두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연습이 필요하다.

 

시강하는 날

 자, 이제 시강을 하는 날이다.

 당신의 수업을 지켜 보는 사람들은 모두 당신이 실수하고 허점을 보이기를 기다리고 있다. 게다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 사람이면서도 아무 것도 모르는 외국인 학습자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처음 시강을 하는 사람이라면 긴장감에다가 그 어색함까지 더해져서 견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그 교실에 들어가면 그 수업은 당신의 것이라는 것을 기억해라. 거기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날고 기는 베테랑이라고 해도 그 수업의 주인은 아니다. 그냥 앉아 있는 단단 씨, 유코 씨, 마이클 씨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제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은 일본 사람 유코, 그 옆은 중국 사람 단단....' 이런 식으로 정해 놓고 내 마음대로 이름을 부르면서 수업을 진행한다.

  수업 중에, 얼마나 설명을 잘 하고 얼마나 수업 설계를 잘 해 왔고 얼마나 교재를 잘 만들어 왔는지와 함께 관찰되는 것이 바로 수업 운영 능력이다. 다음 단계로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는지 학생들의 질문에 얼마나 잘 대처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교안 작성 단계에서부터 예상되는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혹시 면접관 중에 일부러 이상한 질문을 하도록 역할을 부여 받은 사람이 있어서 엉뚱한 질문을 했을 때는 간단한 설명을 해 주고 그래도 이해 못하겠다고 하면 쉬는 시간에 따로 얘기하자고 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노하우다. 마지막 관문인 면접이 남았지만 면접의 경우에는 한국어 강사 취업이라고 해서 딱히 다른 직업과 다른 점은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하겠다.

   사실, 아주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좀 부끄럽기도 하고 동시에 누군가 이대로 했다가 잘 안 되면 어쩌나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도 간혹 서류 전형에서 합격한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시강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어보기도 해서 그렇게 막막해 하는 이 블로그를 찾는 한국어 강사 지원자들에게 내 방법이라도 알려 주면, 이 방법이 좋아서라기보다는 여러 방법 중에 이런 것도 있다는 걸 알고 나름 자기만의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쓰기로 했다.

  내 몇 번 안 되는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하려니 사실 더 자신이 없다. 그냥 참고들만 하시기를....^^  

320x10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