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한국어 강사는 비정규직 시간강사입니다. 본문
*이 글은 2009년 10월에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글의 내용이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볼 때 너무 낡은 정보인 것 같아 비공개로 해 뒀다가 다시 공개합니다. 2009년의 글임을 감안하고 읽어 주세요. 제일 마지막에 붙인 '제안' 부분도 포스팅 당시에 쓴 부분으로 현재 제안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본 그대로 재 포스팅하기 위해 남겨 뒀습니다.
지난 번 게시물의 조회수를 보니, 한국어 강사에 대한 관심이 많기는 많은가 보다. 그렇지만 한국어 강사를 꿈 꾸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한국어 강사를 꿈 꾼다면 당신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기를 꿈 꾸는 것이다. 당신들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한다.
물론, 요즘 같은 취업난에 석사 아니라 박사 학위가 있어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되는 사람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굳이 취업난을 들먹이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스펙에 비해 열악한 근무 조건을 받아 들이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한국어 강사'의 문제는 강사에게 '석사 학위 이상'을 요구하면서 직위는 '비정규직'으로 규정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는 것 즉, 내가 그랬듯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인 한국어 강사가 되기 위해서 한국어 교육 전공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분하다.
사실, 한국어 강사의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한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것은 아니다. 내가 한국어 강사가 되기로 결심한 7년 전, 모교의 한국어 교육 기관 행정실에서 잔뼈가 굵은 한 교직원이 내게 말했다. "한국어 강사는, 부모가 잘 살거나 남편이 돈 잘 버는 여자들이 하는 일이다. 너는 안 그렇지 않냐..웬만하면 하지 마라" 이 말은 내가 한국어 강사에 대해 알기 전에도, 7년 전에도, 지금도 사실이다. 그런데 유독 2009년에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 이유는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시행 때문이다.
그 전에는 아주 작은 희망이 있었다. 어쩌면 언젠가는 우리가 '시간 강사'라는 지위를 벗고 기관의 소속 직원이 될 수도 있다는. 그렇지 않다고 해도 최소한, 지금의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는 희망 아닌 희망 말이다.
그렇지만 올해 7월을 전후하여 많은 교육 기관들이 비정규직보호법안을 기준으로 하여 강사 채용과 강의 배정에 대한 규정을 바꾸면서 한국어 강사의 상황은 악화되었다.
한국어 강사는 모두 비정규직 시간강사이다. 한국어 교육계에서 정규직이 되는 방법은 전임 강사가 되는 것인데 '전임'이란 보통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기관의 교육, 행정, 강사 관리 등의 업무를 병행하는 사람들이다. 즉, 전임 강사의 의미가 단지 정규직인 강사는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말하는 '한국어 강사'에 전임 강사들을 포함 시키기는 좀 어렵다. 한 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임 강사의 숫자도 많아야 전체 강사 숫자의 10% 안팎이다.
한국어 강사의 비정규직으로서의 고용 형태도 기관에 따라 다르다. 수습 기간이 끝난 후에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학교도 있고 아예 계약서가 없는 학교도 있다. 갑종근로자로서 세금을 내는 형태도 있고 일용직 근로자-내가 파악한 바로는 일용직 강사란, 학부나 대학원에서 가끔 어떤 수업의 교수 초빙으로 특강 오시는 분들에게 부여되는 명칭인 것 같다.-로 취급되는 형태도 있다. 일용직 근로자로 규정되는 경우는 사용자의 근로기준법 상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인 것 같다.
그러나 형태가 어찌 되었든, 한국어 강사는 업무 상 해당 기관에 대한 근로성이 인정되고 여러 가지 형태의 규정으로 기관에 대한 소속성이 발생됨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주어진 수업 시간에 수업만 하는 '시간 강사' 취급을 받으며 시간 강사는 자동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이다. (여기에서는 시간 강사라는 지위의 비합리성이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로서의 이야기만 하겠다.)
비정규직보호법안의 정식 명칭은 <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내용 보기)>이다.
비정규직보호법안은 IMF 사태 이후로 늘어난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법안을 일컫는 말이다. 이 법안은 제 1조에서 밝히고 있듯이 기간제 근로자와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차별을 시정하고 그들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다. 물론, 업종과 직장에 따라서는 이 법안의 보호를 받는 사람도 생겼지만 이 법안의 맹점을 이용하는 사용자들로 인해 오히려 생계에 문제가 생기는 노동자들도 생겼다. 대학 시간 강사와 한국어 강사가 바로 그런 경우이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과 같이 비정규직 근로자 중 기간제 근로자(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에는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정규직(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싶지 않다면 해고해야 한다. 자, 그럼 고용주는 왜 정규직 전환을 꺼릴까. 정규직이 되면 당연히 4대 보험이 적용이 되어야 하며 월차, 연차, 생리 휴가도 유급으로 줘야 하고 퇴직금도 지급해야 한다. 고용주로서는 그런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큰 맘을 먹지 않거나 정규직 전환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효율이 좋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2년 만에 한 번씩 해고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어 교육 기관의 경우, 강사를 2년에 한 번 바꿀 수는 없다. 강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의 경험과 이를 통한 노하우이다. 특히, 같은 한국인도 아니고 외국인을 가르치는 직업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접한 경험은 꽤 큰 자산이다. 게다가 한국어 교육 기관처럼 해당 기관의 교재, 교안, 교육 방법과 시스템을 강조하는 곳에서 2년 동안 일한 강사를 해고하고 새로 강사를 뽑는다는 것은 기관으로서 큰 부담이다. 각각의 개별 수업이 독립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동일 급 내에서 합의한 내용을 가지고 굴러가며 다른 급과의 유기성을 가지고 운영된다는 한국어 수업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2년만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은 여러 모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신입 강사를 뽑아 놓고 2년 동안 어리버리한 시절을 보내고 이제 조금씩 감을 잡아, 지금까지 배운 것을 본격적으로 수업에 적용할 만한 시기인데 해고하는 것은 기관으로서도 손해다. 또한 새로 뽑힌 강사가 경력 강사라고 해도 당 기관의 교재, 교안, 수업 스타일에 적응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하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드는 비용을 감당하고 싶지도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한국어 교육 기관들이 대량 해고를 단행하는 대신 강사를 2년 이상 보유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는 방법을 찾았다. -몇 몇 학교에서 강사 몇몇이 해고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일단, 다수의 경우가 아니며, 전해 들은 이야기 중에는 이번 법안 시행을 '빌미'로 '정리'한 느낌의 해고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방법 찾기를 일반론으로 하겠다.- 그 방법은 학교마다 조금씩 다르고, 필자 신변의 보호(?)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쓰지 않겠다.
2년 근속 시, 학교 측의 선택지는 정규직 전환과 해고 두 개다. 그렇지만 학교는 발생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정규직 전환은 절대 생각하지 않고 해고만을 생각하여 그에 대한 대책이라고 이러한 방법들을 내 놓은 것이 아닌가. 즉, 자신들이 생각할 수 있는 또 다른 선택 사항은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자체가 기분이 나쁘고 그 대책이라고 내 놓은 방법의 구체적인 사항들에 그리 신뢰가 가지 않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불안하다.
아....신변의 보호(?)를 위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참...답답하다..
자, 정규직 전환은 되지 않았으나 해고 또한 되지 않으니 무엇이 문제인가? 위에서 이야기한 한국어 강사의 생계에 생기는 문제는 무엇인가?
한국어 교육 기관과 한국어 강사 사이에는 공식적으로 언급된 적이 없으나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묵계가 하나 있다. 그 기관의 정식 강사(정규직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소정의 채용 과정을 거치고 일정한 수습 기간을 끝내고 정식으로 채용된 강사)가 되면 일주일 20시간, 한 학기 200시간, 1년이면 800시간의 수업을 보장(?) 받는 다는 것이 그것이다. 뭐, 누군가가 '누가 그런 약속을 했니?'라고 한다면 깨갱 거리면서 자신없어 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런 근거가 빈약한 묵계이기는 하지만 그나마 이 덕에 불안정한 시간 강사의 다음 달 또는 다음 학기에 대한 걱정이 좀 줄 수 있는 것이다. 학부 시간 강사나 학원 강사들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고정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기관에 따르면
비정규직보호법안 탓
에 이제 수업 시수를 줄여야 한다고,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수업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비정규직보호 법안에 따르면 주당 근무 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경우 정규직 전환 예외 조건이 된다.(이 부분이 법률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다소 애매한 부분이지만 일단 넘어 가겠다.) 20시간에서 14시간으로의 감소라면 25%가 줄어 드는 것이다. 기본급 따위는 받아 본 적도 없는 시간 강사에게 수업 시수가 25%가 사라진다는 것은 수입이 딱 25%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 시간 강사가 그렇듯이 한국어 강사 역시 급여가 그리 좋지 않은 직업이다. 현재의 시급 상황으로는, 주당 최대 14시간을 받는다면 한국어 교육계의 '평'강사 중에는 연봉 2천만원이 넘는 사람은 경력이 5-6년씩 되는 사람 뿐일 것이다.
대학의 시간 강사 제도가 '학위를 받았거나 학위를 준비하는 사람이 강의업무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한철연 교수 108명 '시간강사 교원 지위 부여 촉구 성명' 참고)'임과 달리 한국어 강사는 강의 업무 경험이 목적이 아니라 강의 자체가 그 직업의 업무이며 목적이 되는 '직업 자체'인데 시급 체계가 이 정도라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학 시간 강사의 시급이 낮은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님
앞서 언급한, 부모가 잘 살거나 남편이 돈 잘 버는 여자가 아닌 한국어 강사들은 연금도 없고, 고용 보험도 없고, 퇴직금도 없는 고용 불안정 상태에다가 저임금으로 재테크의 종잣돈 마련도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한국어 강사의 경우, 대학 시간 강사와 달리 다른 기관에서 수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기관에 따라서 강사 규정으로 명시 되어 있는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암묵적인 규정화 되어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전에 댓글에서도 밝혔듯이 그것이 대학 기관이 아니라 개인 수업이나, 지도 교수의 추천으로 일하게 된 학부 유학생을 위한 교양 한국어 수업이라고 해도 그만 둘 것을 은근히 종용 받거나 교안이나 부교재 교구를 빼돌리는 것이 아닌지 의심을 사기도 한다. 물론, 수업 시간이 줄면서 이런 규정을 없애는 기관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다면 나름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굳이 이런 규정 따위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현실적으로도 둘 이상의 기관에서 동시에 수업을 하기는 어렵 다. 일단, 한국어 교육 기관은 모두 기본적으로 9:00~1:00 수업 체계를 가지고 있고 오후 수업을 하는 학교도 1시 반이나 2시에 시작하기 때문에 A학교에서 오전 수업을 마치고 B학교로 가서 수업을 하려면 점심도 굶고 날아가는 수밖에는 없다.
또한 한 반에 보통 담임과 부담임 두 명이 수업을 들어 가는데 어떤 학교는 월수금/화목으로 나누어 들어가고 어떤 학교는 1,2교시/3,4교시로 나누어 들어가고 간혹 4교시 모두 다른 선생님이 들어가는 곳도 있기 때문에 지금 근무하는 학교와 겹치지 않게 수업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한국어 강사로서 2군데 이상에서 수업을 하고 싶으면 학원이나 개인 수업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서 말했듯이 지금 일하고 있는 기관에는 비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말고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통번역이라든지 기타 등등.. 특히 좀 보기 좋은 직업이라면 아마 기관에서 '능력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투잡을 유지할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으로 인해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 또는 우스운 상황들은 더 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으면 사용자들이 착하게도 정규직 전환을 할 것이라는 가벼운 발상(또는 알면서도 사용자 편을 들기 위해 머리를 쓴)을 하고 우리나라 노동 풍토에는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업종 특성은 전혀 고려하지도 않은 깊이 없는 법안을 만든 입법기관에만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일거리로 부려 먹다시피한 강사들에게 기껏 제시한다는 것이 정규직 전환을 피하는 방법 뿐인 기관의 모습을 보면서 분하고 억울해졌다.
지금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타파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내가 일하는 기관의 경우 올해까지는 대책이 아직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을 상태라서 그렇기도 하고 이런 문제가 개인적인 싸움이 되면 찍 소리도 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른 기관의 정확한 상황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나만큼이나 분하고 억울할 텐데, 한국어 강사 중에는 나처럼 부자인 부모나 남편이 없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같이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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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제안
1. 지금까지 게시물에 몇몇 분들이 비밀글로 댓글을 달아 주셨습니다. 매우 감사히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읽고 생각하시는 바를, 또 궁금해하시는 것을 댓글로 달아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써 주시는 댓글은 제 글을 읽으러 오시는 또 다른 방문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의 댓글에 대한 답글을 공개글로 쓰는 것이고요. 여러분이 댓글을 비밀글로 쓰는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단지 사생활이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서일 수도 있고 현재 기관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그 댓글을 보고 섣불리 말을 낼 수도 있으니 걱정이 되시기도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 블로그를 만든 이유가 한국어 강사와 그 상황에 대해 알리고 싶어서이고 정보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댓글로 남겨 주시는 하소연, 작은 정보, 질문도 다른 방문자분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습니다.
강제 사항이 아니라 단지 권고입니다. 원하지 않으시면 계속 비밀글로 남겨 주세요.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공개글로 남겨 주세요. 로그아웃한 상태에서 쓰시면 미니홈피와 연동되지 않으니 그렇게 쓰시는 방법도 있을 겁니다.
2. 제 글은 제 경험과 제 일터의 상황을 통해 나오는 것입니다. 자꾸 이것이 일반화되는 것 같아서 좀 송구스럽네요.
특히 이번 글은 비정규직보호법안에 대한 다른 기관의 대처 방법을 함께 알아 갈 때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관명을 밝히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현재 일하고 있는 기관의 대응법과 비정규직보호법안 시행을 전후로 바뀐 사항 등을 알려 주시면 정말 감사 드리겠습니다. 부탁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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