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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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어 강사다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의 문제점

간새다리 2009. 10. 18.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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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글은 2009년 7월 5일에 싸이월드에 쓴 글입니다.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이 바닥, 한국어 교육계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한국어 강사가 될 수 있는지도 잘 알려진 것이 없지만 한국어 강사가 되면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이며 보수는 얼마나 되고 근로 조건은 어떠한지를 알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한국어 교육계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것은 일터로서의 한국어 교육계는 창문이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같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사는 집들은 ㅁ자 구조로 되어 있고 그 건물에는 창문이 없으며 손바닥만한 문은 보통 닫혀 있다. 

  즉, 한국어 교육계에서의 취업 활동은 '묻지마 취업'이다. 개인수업이든, 파트 타임 강사직이든 수습 강사든, 공채 또는 특채를 통한 '취직'이든 구인광고에는 구직자가 기본적으로 궁금해할 정보가 많이 빠져 있다.

  당신이 구직자라면 뭐가 알고 싶겠는가.

 우선, 대우가 알고 싶지 않을까? 대체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어느 기관이 더 많이 줄까, 월급일까 시간 당 수당일까, 급여 인상이 있기는 있을까, 나는 경력 강사인데 급여에서 인정이 되기는 할까 등의 내용 말이다. 그리고 근무 조건도 알고 싶을 것이다. 정시 출퇴근제일까, 수업은 보통 몇 시에 시작해서 몇 시에 끝나는가, 취직하면 일주일에 수업은 몇 시간이나 하게 될까(시간 당 수당을 받을 경우 매우 중요한 문제이므로), 최저 보장 시수는 있을까 등등.

  물론, 어느 직종도 어떤 기업도 아주 세세한 사항까지 구인 광고에 싣지는 않는다. 나도 위에서 나열한 모든 내용이 모두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각 기관이 자기들이 요구하는 자격 조건은 구체적이고도 까다롭게 제시하면서도 '생계'와 연결되는 '직업'을 구하려는 구직자에게 알려 줘야 하는 기본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채용 공고를 게재하는 것은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도 지키지 않는 행위라는 것이다. 더불어 채용 공고의 대부분이 이렇다는 것은 한국어 교육계라는 집단이 이것을 매우 당연시 하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 아닌가.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는 무상 혜택의 수혜 대상을 모집하는 공고가 아니다. 급여를 받고 노동력을 제공하려는 노동자를 모집하는 공고다. 노동자라면 누구나 채용 공고를 보고 내가 자격 조건에 부합되는지 살펴 보고 그런 공고들 중에서 노동자로서 가장 매력적인 곳을 선택하여 지원할 권리가 있다.

 그렇지만 급여도, 시수도, 근무 시간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엇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겠는가. 특히 현재 다른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직장을 옮기고 싶어하는 강사라면 채용 공고에 합격자는 언제부터 근무하게 되는지도 제대로 고지되어 있지 않고 지금 직장과의 대우 내용이나 근무 조건을 비교도 할 수 없는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겠는가.

  지금까지 두 군데의 대학 교육 기관에서 일해 왔는데 취직 당시, 합격 통지를 받고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후 동기들의 표정은 가관이었다. 특히 그 전에 한국어 강사로서 일한 경험(봉사 활동 제외)이 없는 사람들의 표정은 더욱.

 급여는 생각 이하의 수준이고 늘어 놓는 규범은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받는 제약보다 심하며 수습인 경우는 기본 시수가 언제부터 보장될지 알 수 없고, 근로 복지라는 녀석은 눈을 씻고 찾아 봐도 볼 수 없는, '이 바닥은 이런 곳이구나. 내가 이걸 하려고 사립대 대학원에 다섯 학기 동안 등록금을 냈나'를 한숨처럼 토해내게 하는 현실과 마주한 순간의 표정 말이다. 아! 현 직장의 오리엔테이션 때 이곳의 급여 체계가 겨우 3단계에 불과해서 취직하고 몇 년 후부터는 10년을 15년을 20년을 일해도 급여의 금액이 동일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느낀 배신감이란.

 언젠가 경기도 소재 A 대학교의 채용 공고를 보고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나 : 실례지만 급여 좀 여쭤 봐도 될까요?
 
직원: 죄송한데 그건 말씀 드릴 수 없고요...그냥 다른 학교에서 드리는 만큼 드려요.

 맙소사..구직자가 채용 공고를 보고 전화 문의를 했는데 제일 중요한 급여가 비밀이라서 두루뭉수리한 숫자로도 말해 줄 수 없다니. 이 얼마나 한국어 강사 지원자를 무시하는 처사인가. 한국어 강사는 시간이 남아 돌아서 여윳돈이나 벌어 보려고 구직 활동하는 줄 아나.

  국제 한국어 교육 학회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이런 내용을 담아 글을 쓴 적이 있었다. 소심해서 거칠게 항의하지는 못했지만. 물론, 이런 채용 공고의 문제가 학회의 문제는 아니지만 학회에서 채용 공고 게시물 양식에 그런 부분을 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서 썼다. 그렇지만 결과는? 대답없는 메아리였다. 아무도 관심 가져 주지 않는.

  그럼, 인맥을 통한 정보 수집은 어떨까. 사실 다른 직종들도 채용 공고에 나온 근무 조건에 대한 정보는 그리 상세하지 않지만 선배들을 통해 얘기를 듣고 비교해 보지 않나.

 이 부분은 다음의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일단, 시스템 자체가 'no comment'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에게나 자기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근무조건과 처우를 발설하기는 심적으로 어렵다. 특히, 한국어 교육계처럼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권위주의적이고 좁은 바닥에서는 더더욱. 그래서 아주 가까운 친구나 후배가 아니라면 여간해서 말해 주지 않는다. 둘째, 제일 궁금해하는 것이 급여인데, 그 학교의 급여를 물어 보는 것은 상대방의 수입 수준을 물어 보는 질문이기 때문에 실례라는 생각에 질문도 꺼려지고 대답도 꺼려진다. 대답이 꺼려지는 것은 일반적으로도 마찬가지지만 여기에다가 자신의 수입 수준이 자랑스럽게 말할 만큼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근무 조건도 마찬가지다. 내가 일하는 직장의 근무 조건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한데 쉽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한국어 강사 또는 강사 지망생 사이에서는 소위 '~카더라'가 무성하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없고 출처도 불명확하며 명확하다 하더라도 또 다른 정보와 상충되는 무수한 소문들.

  사실, 현재 강사로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도 자신이 일하는 기관이 아니라면 다른 기관의 시급이 얼마인지 근무 조건이 어떤지 확실히 알 수 없어서 현재 근무하는 기관의 보수 및 처우에 불만이 있어도 쉽게 다른 기관에 지원해 보지 못한다. 바닥이 좁아서 다른 곳에 지원했다는 소문이 직장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지만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옮겼다가 지금 있는 곳과 별반 다르지 않거나 더 열악하면 오히려 손해(경력 인정이 안 되므로)기 때문이다.

  한국어 교육 기관이 채용 공고 시 근무 조건 등에 대해서 게재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측해 볼 수 있다.

  먼저,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대학 기관에 채용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오만 때문일 것이다. 4년 전에 모 대학 교육 기관에 채용돼서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을 때 슈퍼바이저라는 사람이 시급을 알려 주면서 보여 준 태도는 오만 그 자체였다. '적다고 생각하면 그만 둬. 너네 아니더라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쌓였으니까. 이정도라도 일하게 된 게 어디냐.'는 듯한 눈빛과 말투. 

  그 다음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윗분들의 강사직에 대한 자세다. 교육 부장, 슈퍼바이저,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윗분들은 박사 학위를 가지고 또는 수료하고 교육 대학원에서 한 과목 정도 맡아서 가르치는 '교수님' 소리를 듣기도 하는 최소한 교사 양성 과정 수업이라도 하고 있는, 향후 '한국어 교육과'의 교수 자리를 노리고 있는 분들이 많다. 이분들은 다른 평강사들도 '교수'를 꿈 꾸거나 최소한 전임 강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또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어 강사 자리는 잠시 몇 년간 거쳐가면서 경력을 쌓는 자리, 실경험을 바탕으로 한 논문, 연구 등의 주제를 얻거나 용이하게 실험을 할 수 있는 자리이므로 근무 조건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학 본교의 학부 시간강사에게 갖고 있는 마인드를 그대로 갖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런 목표를 가지고 한국어 강사를 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두 그런 것도 아니며, 한국어 강사는 교수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이유로는 자기들도 자신들이 제공하는 근무 조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적게는 시급이 2만원이 되지 않는 학교도 있고 시급이 좀 많은 학교라고 해도 월급으로 따져 놓고 보면 일반적인 한국어 강사들의 학력을 생각했을 때 좋은 조건이 결코 아니며 4대 보험은 안 되고 유급 휴가는 꿈도 꿀 수 없고 학교에 따라서는 각종 잡다한 일거리-모 학교 강사들은 우스갯 소리로 나중에 이벤트 회사 차려도 되겠다고 말하기도 한단다.- 가 주어진다. 그러면서도 부업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곳 즉, 대우는 비정규직 시간 강사지만 의무는 여느 정규직 교사 뺨치게 부과되는 일자리를 드러내 놓고 싶지 않은 게 아닐까. 동시에 모든 기관이 지원자들이 다른 기관과 비교하는 것을 두려워 하는 것이 아닐까.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지원자의 알 권리를 박탈하고 오리엔테이션 때나 되어야 '자 이게 우리 학교야. 지금이라도 그만 두려면 그만 둬.'라는 자세로 근무 조건을 말해서 합격자에게 좌절감과 자괴감과 갈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전략이 아닐까.

  물론, 일개 평강사의 얕은 생각으로 추측해 본 이유라서 그 분들의 깊은 뜻을 파악하지는 못했을 테니 신뢰도는 좀 떨어지는 추측이라는 것을 말해 두고자 한다.

  어쨌든 이런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나는 한국어 강사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고 각 기관의 채용시 지원하는 사람들이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 이메일 문의는 이름이 드러나서 꺼려진다면 전화 문의를 하고 알려 주지 않으려고 하면 가벼운 항의를 했으면 좋겠다. 지원자의 기본적인 알 권리는 충족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최소한 시급과 당 기관 보유 강사들의 평균 수업 시수, 수습 기간, 직위(비정규직 여부) 등은 물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선배들에게 끈질기게 물어 봐라. 자기가 일하는 기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솔직히 나도 좀 어렵지만 질문 방법만 잘 선택한다면 자신이 아는 다른 기관에 대해 이야기 해 줄 수도 있고 자신이 일하는 곳에 대한 이야기도 애매하게라도 알려 줄 수도 있다.

 한국어 강사 또는 지원자 중에는 '그런 속물적인 질문은 갖고 있지 않아요'라는 얼굴을 하고 마치 자신들이 숭고한 임무 수행을 위해 그 딴 것에 관심을 갖는 것이 부끄러운 것처럼 구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분위기 때문에 월급이 좀 덜 나와도 속앓이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런 자세는 크게 봤을 때 한국어 교육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잘못된 관행에 대한 끊임없는 문제 제기가 필요하다.

 나처럼 IAKLE 게시판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몇 명이라도 더 있었다면 IAKLE에서 채용 공고 게재 양식을 좀 변경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최소한 사람들에게 문제점을 생각할 기회를 한 번이라도 더 던져 주는 것 아닌가.

  내 작은 꿈 중에 하나는 각 기관에서 근무하는 강사들 중 마음이 맞는 사람을 찾아서 이런 근무 조건들이 공개 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강사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학교를 찾아 갈 수 있도록. 과연 동참할 사람을 빨리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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