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나는 한국어 강사다(09-05-23) 본문
나는 한국어 강사다.
이 말을, 이 자리에서 하는 건 내게는 마치 커밍아웃과도 같다.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이 남들한테서 손가락질 받는 직업이기 때문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이 다 주목하고 부러워할 만한 직업이라서도 아니다. 단지,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곳에 글을 써 대면서 한국어 강사임을 밝히는 것은, 나의 부족한 띄어쓰기 지식과 어휘력 그리고 가끔 또는 종종 맞춤법과 어법에 틀리게 쓰게 되는 문장을 비판의 대상으로 자진납세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 감상문을 페이퍼와 블로그에 올리면서 내가 한국어 강사라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블로그에 굳이 이런 메뉴를 만들어 놓고 선언 아닌 선언을 하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한국어 강사'인 내가 '한국어 강사'로서 보고 듣고 깨닫는 일들을 써 보고 싶다는 특별하지도 않고 단순한 이유로 시작하게 되었다. 이 범주에 포함되는 일들은, 선생으로서 가르치면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다른 강사를 보면서 느끼는 일일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다소 위험부담은 있지만 한국어 교육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고 더 확장된다면 사회에 대한 생각일 수도 있다. 원래, 한국어 강사로서 느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에 쫓겨 페이퍼에 칼럼을 쓰는 일을 중단하고 있던 소강기에 떠오른 여러 가지 쓸거리들 중에 한 가지에 불과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내 인생에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쓸 이야기가 늘어서 이렇게 일을 벌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한국어 강사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한국어 강사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의 숫자가 늘면 늘수록 이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도 많아지고 이 일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지만 이 놈의 직업은 어찌된 것인지 대우라든지 근무 조건과 같은 직업으로서의 정보가 여간해서 공개되지 않는다. 그래서 대학원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조차 졸업 후 자신이 한국어 강사가 된다면 도대체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모르고 교육 기관끼리 비교할 만한 정보도 얻기 어렵다. 그래서 뒤늦게 한국어 교육계의 현실을 깨닫고 기막혀하는 경우도 많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글을 쓰겠다는 건 아니다. 단지,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에 소위 '내부자' 버전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는 것뿐이다.
물론, 내가 일한 기관의 숫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아는 이야기는 겨우 내가 보고 들은 것에 국한되기 때문에 내 이야기가 전부를 대표하는 것을 아닐 것이다. 그리고 폐쇄적인 만큼 몸을 사려야 하는 곳이기도 하기 때문에 얼마만큼 이야기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겠냐는 안일한 생각과 잘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대책 없는 자신감과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투덜대고 싶다는 답답함으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사실, 아직은 무슨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어서 말이다. 어쨌든, 읽어 주는 사람이 몇 명 없어도 '누가 한국어 강사 따위에 관심이 있나?'하는 시선으로 봐도 혼잣말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써 보겠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면 나는 한국어 강사다. 국어학자도 아니고 국어 교사도 아니며 순우리말 운동가는 더더욱 아니다. 한국어 강사도 우리말과 글을 잘 알고 잘 써야 하지만 국어학자보다 부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잘 몰라서 틀린 표현이 있다면 고치는 것이 맞고 또 어이없는 실수를 반복하고 기본도 없다면 문제지만 다소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한국어 강사 자격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혹시나 이 블로그의 글을 읽으면서 틀린 표현을 지적하고 싶다면 감사히 접수하겠지만 비난은 받고 싶지 않다. 이 메뉴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국어학자가 아니라 한국어 강사임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자, 그럼 다음 업데이트까지, 뭘 쓸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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