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한국어 강사는 어떤 직업입니까? 본문
한국어 강사는 대체 어떤 부류에 속하는 직업일까?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의 속성은 대체 어떤 걸까? 오후 내내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동료들과 간혹 자조 섞인 말투로 우리는 서비스직이라며 스마일 증후군이 곧 우리 이야기라고 떠들어대도 나는 한국어 강사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서비스직이자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자기 직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지나친 나의 착각인 걸까? 사실,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한국어 강사 '따위'는 전문직이라고도 어떤 특별한 지식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리고 그건 그저 불특정 다수의 '어리석은' 의견이 아니라 누가 봐도 명확한 객관적 사실인데 나 혼자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사실은 한국어만 모국어로서 구사할 수 있으면 누구를 학생들 앞에 세워놔도 상관 없는 것 아닐까? 사실 학습자의 언어 수준에 따라 학습 어휘와 문법을 설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한국어 강사들의, 자신의 업무를 더 전문적이고 복잡한 것으로 보이게 하려는 눈속임인 걸까?
그래서 사실은, 한국어 수업도 교수가 되려고 줄 서서 기다리는 영문학 전공 박사든, 중문학 전공 박사든, 교육학 전공 박사든, 사회학 전공 박사든 누구든 훈련 과정도 없이 데려다가 책 한 권만 쥐어 주면 해결 되는 일을, 그저 문턱을 높이려고 한국어 교육 전공이다, 한국어 교사 자격증이다, 교사 양성 과정이다 해 가면서 밥그릇 지키는 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걸까? 해외 한국학을 육성하고 한류 열풍을 한국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 가기 위해 한국어 수업을 개설할 때도 그냥 한국어 모어화자기만 하면 아무나 앉혀 놓으면 되는 일을 나 혼자만 전공이든 양성과정이든 한국어 교육을 공부하고 경력이 있는 사람이 파견되어야 한다고 목에 핏대 세우며 얘기하고 있는 걸까?
한국어 수업은 사실 들어가서 학생들 앉혀 놓고 시쳇말로 '노가리만 까면' 되는 거 아니었을까? 토픽 답이나 불러 주고 듣기 CD play, stop 버튼만 눌러 가며 영어 또는 학습자의 모어로 쓰여진 문법책 하나 던져 놓고 같이 한 문장 한 문장 읽어 가면서 '이해 됐죠? 다음' 이러면 끝나는 것 아니었을까? 학습자가 소화를 할 수 있든 없든 상관 없이 국어 문법으로 달달달 설명하고 끝내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
아니면 그냥 학생들 식사 대접하고 수업 시간에 웃기는 얘기나 해 주고 인간적으로 챙겨 주는 것으로 문법 설명의 부족을 채워 버리면 되는 것 아니었을까? 내가 밤 새워서 교안을 쓰고 연습지를 만들고 활동지를 만들고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해 보고, 가위질, 풀질, 코팅질을 해댔던 것은 한 마디로 삽질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커피숍에서, 강의실에서 문법과 어휘를 등급화하고 교사언어를 생각해 보고 설명 방법을 연구해 보는 대학원생과 양성과정 수강생을 비롯한 한국어 강사 지원자들의 노력은 알고 보면 다 뻘짓이고 시간낭비인 게 아닐까?
사실 한국어 강사 나부랭이는, 교육계에서 가장 비전문적이고 가장 다른 인간들로 대체 가능성이 높은 자리라 영어 강사도 일어 강사도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강사도 국어 선생도, 심지어 경영학 박사도 사회학과 교수도 자기 자리가 좁아지면 박사학위를, 연줄을, 저비용을 나의 전문성-아무도 인정하지 않는-보다도 훨씬 강력한 무기로 밀고 들어오면 나는 얌전히 물러나도록 되어 있는 게, 세상은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
당신에게 한국어 강사는 어떤 직업인가?
어학과 조금만 관계가 있는 학과의 교수들은 앉아서 '어떻게 하면 학부의 한국어 수업을 끽해야 석사 겨우 마친 한국어 강사 나부랭이가 아니라 넘쳐나는 우리 과 잉여 박사들의 밥그릇으로 끌어올까.'를 고민하고 해외 대학의 한국학과에 앉아 있는 교수들은 '비용을 줄이려면 현지에 와 있는 석박사 과정 유학생을 채용하거나 정치학, 사학 등 한국학을 가르치러 온 타 전공 교수에게 한 과목씩 던져 주거나 한국의 중고등 교사를 6개월, 1년쯤 단기로 불러다가 연수 시키면서 한국어 수업을 시키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해 내고 있는데 한국어학당의 전임 강사들, 한국어교육과의 교수들은 좁은 한국어교육학계에서 자기 자리 지킬 궁리만 하느라 한국어 교육계의 발전적인 계획따위는 생각도 안 하고, 한국어 교육 유관 기관 담당자들은 근시안적이고 보기에만 그럴듯한 계획을 세우는 데 돈을 써 버리는 그래서 한국어 강사는 각개전투로 스스로를 보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닫고 멘붕 상태에서 내 뱉는 넋두리입니다. 한국어 강사는 어떤 직업인가요?
긴 글 읽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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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와 이 곳을 들르시는 많은 동료 강사 여러분과 한국어 강사가 되길 바라는 많은 분들을 위해 여러분의 의견도 댓글로 남겨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제 제한된 경험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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