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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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어 강사다

해외 한국어 강사 채용의 현실(?)

간새다리 2012. 11. 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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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요 , '를 통해 언급한 내용을 재탕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는 독자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오늘은 이 두 글과는 다소 다른 각도에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도대체 한국인인 한국어 강사에게 해외 취업이 왜 어려운지.

 

  사실 몇 문단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로 했다. 먼저 쓴 글은 뭔가 구구절절 설명도 많고,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경우 외의 다른 경우들까지 들먹거리다 보니 너무 서론이 길어지는 것 같기도 해서 내가 다루고 싶은 주제로 바로 들어가기 위해 다른 경우들은 이 글에서 염두에 두지 않기로 하겠다. 여기에서 내가 다루려는 한국어 강사의 해외 취업은, 요즘 여러 평생 교육원들에 강사 의뢰를 하고 있는 급여를 50만 원에서 100만 원 정도밖에 제공하지 않는 영세한 학교나 기업체가 아니라 경력 강사들도 '그 정도면 나쁘지는 않네..'라고 생각할 평균적인 조건의 일자리다.

 그런 조건의 일자리를 생각하면, 일단 별로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조건의 일자리를 찾기가 힘이 드는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돈. 경제적인 문제다.

 

  아무리 한류가 세계적으로 난리이고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해서 이제 2-30년처럼 '한국이라는 나라가 있어?'라는 소리를 당연히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한국학 또는 한국어학은 변방의 학문이다. 따라서 해외 현지의 한국학과 또는 한국어학과는 대학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거기다가 한국학(한국학 뿐 아니라 일본학, 중국학 등 어느 한 국가/문화권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은 모두)이라는 게 어떤 학문인가. 철학, 역사학 또는 물리학 등에 비해 과목의 스펙트럼이 더 넓고 다양하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테니 좀 더 명확히 말해 보자.

  예를 들어 역사학의 경우 어느 시대를 전문으로 하든 크게 역사학이라는 틀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신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교수가 한국사 개론을 가르치거나 한국 고대사 수업을 맡거나 교수 인력이 너무 부족할 때는 백제를 다루는 수업을 할 수도 있을 거다. 그렇지만 한국학이라는 것은 한국 문학, 역사,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북한 등등 서로 다른 분야의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콜라보레이션이다. 여기에 어학까지 포함해야겠지. 물론, 대학마다 한국학이라고 해도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있을 것이다. 문학이라든지 역사, 남북 문제 등.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학부 수업이라면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는 없으니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을 갖출수록 학생들에게  한국의 다양한 분야를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고 더 길게 봤을 때는 그 학교 한국학과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 아닌가.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경제적 지원이 부족한 상태에서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빙하기는 어렵다.  한국에서라면 다른 학교 교수나 강사에게 한 과목 정도 수업을 부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고 현지의 한국학 교수 인력이 풍부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지에서 충당할 수 없는 부분을 한국에서 강사를 초빙하거나 파견 받아 해결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현지에서 생활이 충분할 정도의 급여를 지급해야 하고 한 명에게 그 정도를 지급하려면 여러 명을 채용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물론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이나 한국학중앙연구원(AKS)를 통해 강사 파견 지원을 받을 수도 있지만 신청한다고 해서 모든 학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KF나 AKS도 정해진 예산이 있을 테니 당연히 신청하는 학교들 중에 적당한 곳을 선정할 것 아닌가. 미주 지역에 몇 학교를 지원할지, 유럽에서 몇 군데를 지원할지, 이 나라에서 어떤 학교를 지원할지 그 학교의 학문적 성과 혹은 학생 수의 추이가 어떤지 등등을 고려하면서.

  따라서 해외 한국학과들은 누구를 데리고 올 것인지에 많은 고민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어학 수업'만 할 수 있는 한국어 강사를 포기하고 다른 수업을 하면서 한국어 수업을 한 두 과목 맡아 줄 수 있는 교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어학 전문 강사가 가르칠 때와 어학 수업의 질이 달라진다는 것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아예 모르지는 않을 거다. 그렇지만 원어민이고, 교육자인데 어떻게든 수업은 되겠지 하는 생각과 전문 내용 중심 수업과 어학 수업의 중요도가 다르다는 인식 때문에 비용과 효율의 문제에 직면하면 어학 전문 강사를 (당연히) 포기하게 된다.

 

  그럼 대체 한국어 강사들은 이 상황에 대한 불평을 누구에게 해야 할까? 어학 수업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거나 어학 강의는 원어민이면 누구나 중간은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해외 한국학과 채용 담당자들? 한국어는 가르쳐 본 적도 없으면서 한국어 수업까지 할 수 있다며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교수들? 내가 그 입장이라면 어떨까를 생각하면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어도 비난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럼 그냥 현실을 알았으니 물러나자...가 결론인 글이라면 애초에 이 주제로 쓰지도 않았겠지.

 

  지난 번 글에서도 가볍게 언급했는데, 어떤 기관을 통해 현재 해외에 파견돼 있는 한 교수가 현지 한국학과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아 어학 강사를 충분히 쓸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자신이 파견된 국가의 언어를 한국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사들에게 현지 연수 기회를 주면서 동시에 한국학과의 한국어 강의를 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생각하고 추진해 보려고 한다는 얘기를 먼 지인을 통해 들었다. 해당 국가에도 KF와 유사한 기관이 있는데 그곳에 이 프로그램을 제안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도 해결된다는 것이다.

  일단 내가 갖게 된 첫 번째 의문은 그 KF와 유사한 기관에 제안할 때 굳이 그 대상이 현지 언어를 한국에서 가르치는 중등 교사여야 하는 이유가 뭐냐는 거다. 이건 내가 그 기관의 funding 시스템을 잘 몰라서 던지는 우문일 수도 있지만,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을 강사로 초빙해 오는 것은 지원금을 신청할 조건이 안 된다는 건가?

  그 다음으로는 도대체 국립국어원이나 세종학당제단은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국어원은 자기들이 발급한 한국어교원자격증이 어딘가에서 중요하게 쓰이도록 애는 쓰고 있는 건지, 그 자격증을 발급받아 한국어 교원으로 공인된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한국어 강사로서 인정 받고 대우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기는 한 건가. 세종학당은 또 어떤가, 요즘에는 해외 학교나 기관에서 신청하면 몇 가지 기준으로 심사하여 세종학당 간판을 달아 주는 것 같던데, 그곳에서 유능한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또는 한국에서 경력 강사를 초빙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충분한 경제적 지원을 해 주고 있나?

 

  '한국어교원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이라면 당연히 그 자격증이 인정 받을 수 있도록 자격증의 권위를 높이거나 자격증 소지자들이 국내외에서 채용될 때 도움이 되는 지원 시스템을 함께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어 강사를 공인하는 자격증인데 영문 발급도 안 되고 해외에서는 자격 확인서를 인쇄하기도 어렵게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한다면[각주:1] 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자격증인가? 이런 상황인데 과연 자격증의 국내외 사용 장려에 힘쓰고 있을지 의심스럽다. 2급 심사 대상에 기관이 확대된 것은 자격증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졌다는 측면으로만 생각하면 바람직하지만, 현재 평생교육원을 비롯한 많은 이름의 교육원들이 제대로 된 강사진을 갖추지도 않았으면서 한국어 강사라는 직업이 블루오션이라도 되는 양 과장하는 미디어 보도에 발 맞춰 양성 과정 및 학점은행제를 통해 돈벌이를 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분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인상 역시 지울 수 없다. 즉, 자격증은 발급해 놓고 자격증 소지자의 일자리 확보, 채용 문제 등에는 크게 진전이 없는데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대상만 계속 늘려 놓는 꼴이다.  

  세종학당도 현직 강사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세종학당이 되겠다고 지원하는 학교의 세종학당 운영 담당 강사가 한국어 강사 자격이 있는지 살펴 보기는 하는가?[각주:2] 아니면 내가 생각하는 '세종학당 한국어 강사'의 자격과 세종학당 측에서 생각하는 자격이 다른 건가? 그렇게 해외에서 하나씩 세종학당이 개원될 때마다 한국에서 한 명씩만 파견해도 해당 분원의 한국어 수업 수준도 높아지고 한국에서의 모자란 일자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국립국어원이든 세종학당이든 위에서 언급한 교수가 내놓은 프로그램 같은 것을 도입해서 해외 한국학과에 교원자격증이나 경력을 갖춘 강사를 채용하도록 지원하거나 사정이 많이 어려운 곳에는 전공 대학원생들이 연수와 연구 겸 갈 수 있도록 제도를 좀 마련해 달라는 거다. 당신들이 한국어 강사의 현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학 내 기관에서는 타과 박사들이 학부 수업을 넘보고 있고 해외로는 갈 곳이 별로 없다. 매스컴을 이용해서 한국어 교육의 미래가 장밋빛이고 더욱 발전하기 위해 많은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일선에서 뛰고 있고 바람을 맞고 있는 사람들을 좀 살피기를 바란다. 전문 한국어 강사가 아닌 사람들이 그 일자리를 잠식해 가는 게 지금 당신들한테도 아무런 영향을 안 줄 것 같겠지만 결국 한국어 교육의 미래를 더 이상 밝아지지 않게 할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이 얼마나 엉망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지, 그렇게 수업을 해서는 한국학이라는 학문 자체에 대한 관심이 없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만으로 배우려는 학생들은 금세 흥미를 잃게 될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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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한된 경험만으로는 너무 부족해서요.^^

 

    

 

 

  1. 해외 컴퓨터 중에는 공인인증서 시스템 자체를 못 읽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본문으로]
  2. 현지에서 한국어 강의를 해 오신 분들은 전공자가 아니고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충분히 세종학당 강사로서 자격이 있고도 넘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꼭 한국에서 파견할 필요는 없지만-만일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 현지 세종학당 강사, 심지어 운영 담당 강사가 되는 경우가 있다면. 한국에서 한국어 교육을 전공하고 또는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봉사활동을 전전하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때 정말 울화가 치밀 것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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