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외국어로서의 한국어 전공 (22)
간새다리의 한국어 가르치는 이야기
(다음의 내용은 대학의 한국어 교육 기관을 기준으로 쓴 것입니다. 재차 말씀 드리지만, 현재로서는 대학의 한국어 교육 기관이 가장 많은 숫자의 한국어 강사가 근무하고 있는 근무지라고 생각하고 여러 한국어 교육 기관 중에서 제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고 또한, 이곳이 바뀌지 않으면 다른 곳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드디어...지난 2월에 야심차게 포스팅한 의 관련글을 쓰게 되었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참 변명하기는 싫지만 일단, 정보 수집이 어려워서 제대로 정보를 얻지 못했고, 사실 그 글에 대한 반응이 예상보다 없어서 세 분의 답변만으로는 생각했던 구성으로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살짝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물론 굉장히 많은 답변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간새다리라는 필명에 걸맞게 게으른 성격 덕에 포스팅 하는 속도가 자꾸 늦어져서 을 쓴 지 한 달도 더 지나서야 2탄을 게시하게 되었다. 1탄에서 외국에서 한국어 강사가 될 기회를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역설했다면 2탄은 오지랖 넓은 선배가 후배 강사님들과 후배 지망생들에게-이 블로그를 찾는 분들 중에는 현직 강사보다는 지망생이 많은 것 같아서- 전하는 노파심 섞인 메시지가 될 것이다. 가진 자-여기에서 가진 자란, 경력을 가진 자-의 오만이고 텃새 같지만 현직 강사로서 나는, 강의 경험이 없거나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해외에서 한국어 강사가 되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물론, 경험이 없다면 상대적으로 다른 지원자에 비해서 선발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혹시 당신이 박사 학위자라서, 현지 언어 능..
블로그를 운영하다 보면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어서 한국어 강사가 되려고 한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댓글을 다는 분들도 꽤 있고 외국에서의 한국어 교육 현황이나 한국어 강사로서 외국에 진출하는 방법에 대한 질문을 하는 분들도 꽤 있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 얼마나 매력있는 일인가. 자신이 동경하는 나라에 가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적인데 가서 돈을 벌면서 살 수 있다니. 게다가 원어민 강사이니 실력이나 텃새에 절대 밀리지 않을 '튼튼한' 일자리가 아니겠는가. 더구나 '선생님'이라니 최소한 천시 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말 안 듣는 사춘기를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성인들을 가르치는 거라면 곯머리 앓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고, 나는 한국어 원어민인데 설마 못 가르칠까...수업 ..
**이번 포스팅은 글의 성격 상, 반말투를 버리고 '합쇼체'로 가겠습니다. 언젠가 언급했듯이 티스토리 블로그의 관리 메뉴에는 내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들어왔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더 솔직하게는 자주 그 메뉴를 보면서 그날, 그 주에 사람들이 무엇을 검색하다가 내 블로그를 찾게 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해 을 검색하여 제 블로그를 찾아온 사람들이 늘어나서 이라는 키워드가 최근 몇 주간 유입 검색어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어 강사의 월급이 별로 많지 않다는 소문을 들어서인지 또는 한국어 강사가 돈을 잘 벌 것이라든지 한국어 강사가 비전 있는 직업이라는 거짓말을 보탠 소문을 들어서인지 또는 단..
모든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한국어 강사들도 직업병을 가지고 있다. 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만큼 심각한 종류의 것은 아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한국어 강사의 직업병은 언어 생활과 관계가 있다. 처음에는 있는지도 모르던 직업병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국어 강사 생활을 하다가 보니 나도 어느샌가 심각하게 앓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가지고 있는 증상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먼저, '저주 받은 손가락' 증상이다. 이 증상은 주로 초급 강사한테서 나타나는 것으로 수업 시간에는 유용하고 필요하지만 교실 밖에서는 매우 쓸데없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한국 사람 앞에서 툭툭 튀어 나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자면, 학교 앞 김밥집에 가서 김밥을 살 때, '김밥 한 줄 주세요.'라는 말과 함..
한때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 아침, 긴장감과 설렘으로 두근거리다가 크게 심호흡을 하고 교실 문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마치 새로운 공간으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담임반 부담임반 모두 스무 명 남짓하는 학생들에 대해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한 명 한 명이 내 말을 이해했는지 신경 쓰면서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의 학생을 불러서 설명하고 이해 시켰다. 숙제 검사를 하면서도 일일이 세부 사항에 대한 코멘트를 달아 줘야 직성이 풀렸으며 수업을 하고 있는 순간이 하루 중 가장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햇수로 8년이 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경력의 나는 이제 권태기 강사가 되고 말았다. 여전히 이 일은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나는 어느새 '행복'을 잃..
직업이 한국어 강사라고 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의 반 이상은 '어! 외국어 잘 하시겠네요.'라는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나는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외국어가 없다. 영어로는 배운 가락이 있으니 어설프게나마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영어 잘하는 사람은 차고 넘치니 어디 가서 영어로 말할 수 있다고 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뭐, 그렇다고 한국어 강사들이 모두 나와 비슷한 수준은 아니다. 외국어 전공자가 많은 데다가 어학 강사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서인지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 하나쯤 가지고 있는 강사가 많은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어 강사가 되려면 꼭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외국어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할 줄 아는 외국어가 있으면 여러 가지 이..
티스토리 블로그의 관리 메뉴에는 '유입 경로'라는 것과 '유입 키워드'라는 것이 있어서 내 블로그에 들어온 사람들이 어떤 키워드로 검색해서 이 곳을 찾아냈는지 살펴 볼 수가 있다. 어느 날 유입 키워드 중에서 이라는 검색어를 발견했다. 뭐, 검색한 사람이야 한국어 강사 채용 공고의 자격 조건을 알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내 머릿속으로는 이라는 말로 번역되어서 입력됐다. 한국어 강사를 지망하는 사람이라면 흔히 말하는 스펙과 더불어 적성에 맞을지 아닐지, (결과적으로) 어떤 자질을 갖추는 것이 좋은지 궁금할 것이다. 또한, 현역 강사라도 자신을 또 주변의 동료 강사들을 보면서 '이래야 하지 않나?' 또는 '저러면 안 되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나도 그동안 만난 동료들을 중에 배..
"외국인, 한글 실력 뽐내세요.(서울신문 2008-09-03)" "외국어로 된 한글학습 교재 발간(YTN 2009-01-19)" "성남시 이주여성 한글 교육(경향닷컴 2009-08-20)" "거제 삼성重에 외국인들의 한글 배우는 소리(연합뉴스 2009-10-08)" "캄보디아의 한국어 열풍‥(MBC 뉴스데스크 2009-11-22)" -캄보디아에서는 한글을 배우는 젊은이들의 열기가‥ (앵커 멘트) 심심하면 한 번씩 이런 뉴스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 증가와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표기 문자로서 한글을 채택한 일을 계기로 요즘 들어 각종 매체에서 한국어 학습 열풍이라든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에 대한 기사들을 더 자주 싣고 있는 것 같다. 한국어 강사로서 이런 기사들을 반가워해야 하는 것이..
* 이글은 2009년 7월 5일에 싸이월드에 쓴 글입니다. 한국어 강사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직장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어려운 곳이 바로 이 바닥, 한국어 교육계다. 대체 어떻게 하면 한국어 강사가 될 수 있는지도 잘 알려진 것이 없지만 한국어 강사가 되면 일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이며 보수는 얼마나 되고 근로 조건은 어떠한지를 알아 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한국어 교육계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것은 일터로서의 한국어 교육계는 창문이 없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마을 같다는 것이다. 이 마을에 사는 집들은 ㅁ자 구조로 되어 있고 그 건물에는 창문이 없으며 손바닥만한 문은 보통 닫혀 있다. 즉, 한국어 교육계에서의 취업 활동은 '묻지마 취업'..